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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재호 "박근혜가 극렬 팬덤으로 망했듯, 친문 극렬 팬덤이 정치 망칠수도"


입력 2021.04.10 06:00 수정 2021.04.10 12:09        데일리안 부산 =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인터뷰

朴 "정권심판론 이길 방법 없었다…與, 오만했다

검찰개혁 너무 집중하다보니 민생개혁 소홀" 반성

참패 후 계파 갈등 조짐에 "친문·비문 나누기, 구태정치"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부산 남구 용호동 지역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다. '정권심판론'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틀 뒤(9일) 만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부산 남을)은 선거 결과에 대해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이날 부산 남구 용호동 지역사무소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도 빠르게 통과시키고 우리당 소속 시의원·구의원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서 두 후보 간 격차가 많이 벌어져봤자 한 자릿수 정도 차이가 날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은 심경을 밝혔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34.42%(52만8135표)를 얻는 것에 그쳤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62.67%·96만1576표)와의 격차가 무려 28.25%p나 벌어진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 간 격차를 15~20%p 안팎으로 예상했고, 민주당은 박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동시에 바닥 조직력을 앞세워 '뒤집기'를 노렸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16곳 기초단체장 중 13곳에서 승리했고, 부산시의회 의원 47명 중 39명을 확보하고 있어, 조직력을 총동원하면 '박빙 승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권심판론'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박 의원은 "수도권에 비해 부산에는 우리당(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데다가, 작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후 오만과 독선에 빠졌고, 불공정 이슈, 부동산 문제, LH 사태 등이 겹치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검찰개혁에 너무 집중하다보니 정말 중요한 민생개혁을 소홀하게 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도 토로했다. 박 의원은 전날(8일) 김해영 전 최고위원이 했던 발언 일부에 공감을 표하며 "검찰개혁은 법을 통해서 하면 되는 건데, 너무 조국(전 법무부 장관)에게만 매여 있었던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에서 민주당이 너무 큰 실책을 했다"며 당 지도부의 '국민 갈라치기'를 맹비난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부산 남구 용호동 지역사무소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 의원은 '팬덤 정치'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결국 '극렬 팬덤'으로 망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의 '극렬 팬덤'도 정치를 망칠 수 있다.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는 팬덤으로 망한다"며 "열성 지지자들이 존재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문 대통령에 대해 조금만 안 좋게 말하면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을 보내고 그런 모습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조국 사태, 추미애·윤석열 갈등, 윤미향 사태 등을 언급하며 "이 세 사람에 의해서 정치가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닌데 당내 인사들이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문 강성 지지층이 전체 유권자들 중에서 몇 프로가 되겠나. 정치인들이 친문 극렬 팬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재보선 참패 후 당내에서 계파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박 의원은 "국민이 채찍질을 하면 다함께 맞고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데 '나는 친문, 너는 비문' 이렇게 나누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친문과 비문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쇄신이 아니고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국민의힘도 친박(친박근혜)이니, 비박(비박근혜)이니 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의 변화 속도에 비해 우리당의 변화 속도는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당내 비문으로 분류되는 노웅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친문 핵심 인사로 꼽히는 도종환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쇄신을 해야 하는 마당에 당 얼굴로서 특정 세력의 대표를 내세웠다. 국민들이 '국민을 졸(卒)로,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문 인사는 원내대표·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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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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