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성지도체제 유지 vs 집단지도체제 변경' 팽팽
단일체제, 당대표의 독주·지도부 향한 견제 부작용
집단체제, 중량감 큰 지도부 구성원들 간 내분 우려
"균형은 꾀하되, 결국 대선 향한 당력 집중이 중요"
국민의힘의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현행 단일성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류와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각 체제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갑론을박에 따른 잡음을 최소화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집단지도체제의 실패를 경험한 이후 단일성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단일성집단지도체제 하에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각각 치뤄 분리선출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지도부를 구성하고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당무를 진행하지만, 당대표의 대표성이 부각되는 구조로써 그의 의중이 당의 전체적인 방향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당대표의 권한이 강력한 만큼 리더십에서 강점을 발휘할 경우 그가 가진 장점이 극대화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 같은 체제에선 당내 스타급 정치인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미는 당대표 경선에 비해 최고위원 경선에 대한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지곤 한다.
때문에 외연적으로는 다수결 체제를 표방하지만 당대표의 입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당대표가 당심 혹은 민심과 이반한 독주에 나설 경우 당이 혼란이 빠지는 경우가 초래되는 점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힌다.
실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에서 주된 패배 원인으로 지목됐던 공천 실패의 본질은 당대표의 독단적 공천권 행사에 있었다는 비판이 일었던 바 있다. 당대표 외에는 중진 의원들이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하는 탓에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 간 신경전이 벌어져 심할 경우 내홍으로 번지는 문제점도 계속해서 있어 왔다.
이와 달리 집단지도체제에서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구분하지 않고 한 번에 선출한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인사가 당대표가 되고 후순위가 최고위원을 맡아 지도부를 구성한다. 당대표가 대표성을 가지고 활동하지만, 최고위원들에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포진하는 경우가 많아 단일지도체제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권한에 한계가 있다.
단 이 점이 부작용의 근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도부 구성원 모두 각각 정치적 무게감이 크다 보니 서로를 향한 견제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고, 이것이 심화될 경우 내분에 휩싸이는 것이다. 때문에 당무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 정치인이나 중진들이 지도부를 구성하다 보니 관심도와 위상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이 되레 당을 망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김무성 당대표 아래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했다가 지도부가 당권파·친박계·중도파로 분리돼 극심한 집안싸움을 벌였고, 결국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옥새 파동'을 일으켜 총선 패배를 자초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두 체제 모두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당내 의견이 쉽사리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30일 새로운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선출한 직후 관련 논의가 본격화 될텐데,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권성동·김기현·김태흠·유의동 의원 모두 견해가 제각각이다.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인사들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최근 진행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우리가 야당이고 계파 정치도 없으니,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도부에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또 중량감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제도가 좋다"며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당 안팎서 최초로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진 조해진 의원 또한 "민주주의 정당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다 종합해서 평균치 낸다면 집단지도체제가 바람직하다"며 "전당대회에 나온 후보들 중 실질적으로 당에 지지 기반 가진 사람이 한 명도 탈락 안되고 다 들어갈 수 있으니 명실상부한 대표성 가진 지도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기현 의원은 "두 제도는 뭐가 좋고 나쁘고의 일도양단의 문제가 아니라 일장일단이 있다"면서도 "전당대회가 임박한 시점에 손을 대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현행 유지 쪽에 손을 들었다.
김태흠 의원도 "현 시점에서 지도체제 변경을 논하는 것은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있다. 정권교체라는 큰 목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현행 단일성 지도체제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유의동 의원 또한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단일성 지도체제 아래에서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운영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떤 지도체제가 '좋다', '나쁘다'라는 축의 시각보다는 궁극적으로 내년 3·9 대선후보 경선이 흥행할 수 있도록 이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균형은 균형대로 꾀하되, 결국엔 '범야권 빅텐트'를 한 곳으로 모으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런 면에서 지역이나 계파 안배 차원에서 뽑아 당의 정책적 역량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았던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제도를 폐지하고 분리선거로 전환한 시도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