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도교수 송상현 "포퓰리스트 정권 잡으면 개혁 내세워 反민주"
"이들이 기술적으로 증오‧혐오감 이끌어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지지하는 전문가 그룹이 출범하며 '포퓰리스트'를 정면 비판했다. 윤 전 총장과 여론조사 지지율 선두를 다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여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졌다며 민주주의 기본을 바로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과 상식은 모임의 성격을 "윤 전 총장의 정치구조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단순한 지지모임을 넘어 학계와 법조계 등 전문가 집단이 윤 전 총장 지지조직을 결성한 것은 처음으로, 향후 대선국면에서 외곽 지원 단체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포퓰리즘, 무너진 공정‧상식‧법치…여권 겨냥한 날선 지적
특히 윤 전 총장의 석사 논문을 지도했던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포퓰리스트들은 자신들만이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국민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개혁을 화두로 내세워 개혁의 이름하에 민주적 절차를 경시·왜곡하고 자신들의 취향이나 이상대로 국가를 개조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어 "포퓰리스트들이 집권하면 비판적 언론, 시민단체, 정당을 탄압하고, 검찰과 사법부, 정보기관을 입맛에 맞게 손 본다"고 했다. 또 "포퓰리스트들은 기술적으로 증오나 혐오감을 이끌어가면서 젊은이들이 민주 체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든다"며 "민주주의 핵심 중 하나가 다원성이라고 본다면 포퓰리즘은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난무하는 '포퓰리즘'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여권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세계 여행비 1000만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사회초년생 1억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대할 때 3000만원 장만' 등의 현금 살포 공약을 내놓고 있다.
송 교수는 "(포퓰리즘은) 민주주의를 빙자해 다수결로 밀어붙여 신뢰와 상호성을 파괴함으로써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줄기차게 노력한다"며 "정치가 이뤄지는 근본 방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윤석열 통해 표출된 건 법적·형식적 공정에 대한 욕구"
공정과 상식의 상임 대표를 맡은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 법치시스템을 바로 세워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모임을 조직했다"며 "불공정과 몰상식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국가지도자의 법치의식 함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가 제시한 키워드인 '법치의식'은 평소 윤 전 총장이 강조해온 '헌법정신'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사퇴문에서도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출범식에 이어 열린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이 법적·형식적 공정을 깨버린 상황에서도 칼을 이쪽과 저쪽에 공정하게 댔기 때문에 공정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을 통해 표출된 건 법적·형식적 공정에 대한 욕구"라며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대권주자들은 표출된 욕망과 불만에 대한 대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공정과 상식' 회원은 아니다.
한편 송 교수는 과거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이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옛날에 정치를 하면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알아서 하시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공정과 상식에는 김종욱 전 한국체대 총장, 박상진 국악학원 이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김탁 고려대 의대 교수, 윤정현 범사련 공동대표 등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