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주물량 부족 등 전셋값 상승 조짐, 제도 맞물려 임대차시장 '불안'
집주인 세 부담, 임차인에 전가 우려…전셋집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될라
서울 전셋값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월세신고제'가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집주인들은 임대소득 공개가 과세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세입자들은 이로 인해 임대료가 대폭 상승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31일 한국부동산원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04% 상승해 일주일 전(0.03%)과 비교해 상승폭이 커졌다.
지역별로는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서초구가 같은 기준 0.07%에서 0.16%로 2배 이상 크게 상승했다. 인접한 동작구 역시 일주일 전 0.02%에서 0.06%로 뛰었으며 강남구는 0.01%에서 0.02%, 보합이던 강동구는 0.02%로 상승 전환했다.
잠잠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4월 넷째주(0.02%) 저점을 찍은 이후 5월 들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한 데다 4000가구 규모 강남권 재건축 이주수요 움직임이 차츰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6월 1일부터는 전월세신고제까지 시행된다. 앞으로 보증금 6000만원, 월 30만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전월세 계약 시, 계약일로부터 30일 내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계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역과 지방 광역시, 세종, 도 내 시 지역에서 시행된다. 아파트와 다세대를 포함한 고시원, 기숙사 등 준주택, 공장, 상가 내 주택, 하물며 판잣집 등 비주택까지 모두 신고 대상이다.
전월세신고제는 지난해 7월 31일 개정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다.
최근 전셋값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전월세신고제까지 맞물리면서 임차인 권리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제도가 되레 이들을 전세 난민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임대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당장 전세를 월 30만원 미만 반전세로 돌리거나, 과세 부담을 우려해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은 부부합산 기준 3주택자 이상인 경우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가 이뤄졌고 월세도 2주택자부터 세금을 부과했다. 소액·단기 계약의 경우 확정일자 신고를 하지 않아 과세를 피해가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누락할 수 있던 임대소득이 그대로 드러나면 과세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집주인들은 제도 시행 전 선제적으로 전세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도 보였다.
여기에 등록임대주택사업의 매입임대를 폐지하고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도 사실상 없앤 탓에 임차인들의 전셋집 구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시장은 누군가 집을 사고팔고 이런 정보를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거래의 비공개성이란 특성을 지닌다"라며 "신고제는 세입자 보호와 관련이 없으며, 전월세 거래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불편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를 옥죄고 임대주택 공급을 막으면 결국 임대차시장에 원활한 주택공급이 안 이뤄져 돈 없는 사람, 특히 소액 임차인에게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라며 "향후 과세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 이는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에게도 자금조달계획서를 요구하거나 임대료에 대한 자금출처조사에 쓰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