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100마일(시속 약 161km)의 공을 거침없이 뿌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특급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타선마저 무실점으로 잠재운 디그롬은 올 시즌 5승 2패 평균자책점 0.62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58이닝을 소화하며 내준 자책점은 고작 4점. 지금까지 9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니 2경기에 한 번꼴로 1실점씩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즌 일정의 3분의 1정도가 지난 현재, 경이적인 평균자책점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닷컴)에 따르면, 0.62의 평균자책점은 이 기록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1913년 이후 9경기 및 40이닝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디그롬이 압도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역시나 100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를 너무도 쉽게 던진다는 점이다.
MLB닷컴에 따르면, 디그롬의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99.2마일(약 159.6km)에 달한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볼 스피드다. 심지어 디그롬은 체인지업의 평균 구속도 91.3마일로 웬만한 투수들의 직구 스피드와 맞먹는다.
미국 현지에서는 벌써부터 디그롬이 사이영상은 물론 리그 MVP까지 거머쥘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시즌의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라 다소 이른 평가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퍼포먼스는 시대를 지배했던 대투수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사이영상 포인트에서 1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빌 제임스가 고안하고 ESPN이 제공하고 있는 사이영상 포인트에서 내셔널리그 1위는 샌프란시스코의 케빈 가우스먼이다.
디그롬보다 3경기를 더 소화한 가우스먼은 총 77.2이닝을 던졌고 7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고 있다. 디그롬만 없었다면 가우스먼의 기록 역시 역대급 페이스라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가우스먼의 사이영 포인트는 93.9점으로 75.0점의 디그롬을 크게 앞선다. 이 수치는 누적 이닝과 평균자책점, 그리고 승수 등 클래식 지표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닝과 승수에서 크게 앞서는 가우스먼이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또 다른 사이영상 예측 지표인 톰 탱고의 포인트에서도 가우스먼은 44.1점(디그롬은 39.3점으로 2위)으로 전체 투수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대로라면 두 선수 중 누가 사이영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최근 투표 경향을 살펴보면 전통적 수치였던 승수의 가치가 낮아진 반면, 투수의 개인 능력치를 평가하는 세부 지표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어 역대급 페이스의 디그롬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