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최고위원으로 대선승리 전략 책임진다"
김재원, 6·11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출사표
"보수 전체 단결해도 겨우 3% 이기는 게 대선
이재명 후보 되면 TK에 무서운 일 벌어진다"
제갈량을 자처하는 '전략가'들이 널려있는 여의도에서도 김재원 전 의원에 대한 평가는 독보적이다. 그의 정치전략적 사고력이 비상하다는 점에는 평가가 일치하는 편이다. 그러한 김 전 의원이 '전략최고위원'으로서 대선 승리의 전략을 책임지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은 9일 국회 의정관에서 국회방송 '정치톡톡 사이다' 녹화에 앞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은 "보수 진영 전체가 근친증오적 감정표현으로 갈기갈기 찢어질 위기에 와있다"며 "내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보수 진영 전체가 일치단결해서 정권교체에 나설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도부에서 역할을 해야 대표성도 있고 정당성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나온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후보를 불과 3.5%p 차로 꺾었던 지난 2012년 대선을 여러 차례 거론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압승 이후로 보수 진영에 정권교체를 낙관하는 정서가 번지고 있지만, 보수우파가 일치단결해 치렀던 대선에서도 겨우 이 정도를 이기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은 전혀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김재원 전 의원은 "해방 이후 보수우파 진영과 진보좌파 진영이 건곤일척의 1대1 결투를 벌인 것은 박근혜~문재인 대선이 처음인데, 이 때 보수 진영이 일치단결해서 3%를 이겼다"며 "모든 사람들이 단일의 연합군으로 정권 획득에 나서는 과정에서 이탈자가 없겠느냐. 보수 전체가 단결해서 겨우 3%를 앞섰는데, 박근혜~문재인 대선을 생각해보면 이탈자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경북 의성 출신의 전직 3선 의원인 김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전현직 의원으로는 대구·경북 출신 유일 최고위원 후보이기도 하다. 김 전 의원은 대구·경북에서 쌓여가는 소외·무시 인식과 계속된 '물갈이'로 지역 민심의 중심을 잡아줄 중진 정치인의 부재, 경북 안동 출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두라는 삼박자의 결합이 내년 대선에서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대구·경북에서 투표율을 80% 이상 얻고 득표율을 80% 이상 얻자는 80-80 운동을 해서 서울과 호남 등에서 진 격차를 다 만회하고 남겼던 것"이라면서도 "지금 우리 당은 대구·경북을 '보수의 심장'이라면서도 천덕꾸러기로 취급해서 당을 잘못 가게 만드니 뒤로 물러앉으라고 하는 등 멸시하고 경원시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이어 "얼마 전에 최고위원 경선 운동을 하면서 경북 포항에 들렀을 때 보니, 경북 동해안 지역의 이재명 지지 조직이 출범을 하던데 사람이 많이 모였더라"며 "그 중 공동대표를 맡은 한 사람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도의원까지 했던 분이다. '왜 거기 계시느냐' 했더니 '나는 윤석열이 싫다. 유승민은 자다가 꿈에서 보면 경기를 일으킨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사람들이 대구·경북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에 나오는 것처럼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에도 들에 나가 일만 하듯 죽으나 사나 찍어주니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사람들로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굉장히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전 정권 적폐몰이 수사에 고초 겪은 김재원
"고초를 겪더라도 내가 더 겪지 않았겠느냐
윤석열이 함께할 때 장애물은 내가 치우겠다
반발할 사람 있다면 내가 설득하고 뺨맞겠다"
이처럼 민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는 무서운 의도를 가진 채 움직이고 있는데, 국민의힘에는 아직 당내에 두각을 나타내는 대권주자조차 없다. 유력 대권주자들은 모두 당밖에 있어 잠재적인 영입 대상이다.
그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첫 공개 행보를 시작했다.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서울법대 다섯 학번 후배이며, 각각 33회와 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찰에 몸담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과 윤 전 총장 사이는 아무리 좋게 말하려 해도 좋은 인연은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김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주도했던 적폐몰이 수사 당시 극심한 고초를 겪었다. 김 전 의원은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정치입문과 입당에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나서면 명분과 대표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전 의원은 "나도 검찰에서 일해보지 않았느냐"며 "검찰에서 일한 사람들은 단순한, 담백한 의사결정 구조를 좋아하는데, 정치권의 의사결정 구조는 복잡하고 이해타산적이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몇 겹으로 둘러싸인 각종 이해관계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면 어색하고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석열 전 총장이 우리 당에 입당하고 야권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때, 다른 사람들이 돕겠다고 나서면 '줄선다'고 하겠지만, 내가 '나도 가는데 당신도 같이 가자'고 설득한다면 명분도 있고 대표성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고초를 겪어도 내가 더 겪었고, 반대하고 나선다고 해도 내가 훨씬 더 반대하고 나서야할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윤석열 전 총장이 우리와 함께 할 때 장애물이 생긴다면 내가 치워주고, 나아가 반발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설득하고 뺨을 맞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우리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것이지, 우리끼리 해서는 될 일도 아니고 되지도 않는다"고 단언했다.
"20년 고향 선배가 '어떻게 윤석열 돕겠다고
하느냐…내가 사람 잘못 봤다' 문자 보내와
보수 전체가 심각한 근친증오에 빠져 있다
다양한 정치세력 조정해갈 리더십 필요하다"
범인(凡人)의 이해를 뛰어넘는 이러한 진정성은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김 전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밝히자 격렬한 호불호의 반응이 뒤따랐다. 단순 욕설을 들어넘기는 것이야 정치인의 숙명이지만, 오랜 정치적 인연을 쌓은 동지들의 오해는 뼈아프다. 김 전 의원은 자신에게 온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보수 진영 내부의 심각한 근친증오 현상에 대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김재원 전 의원은 "욕하는 문자가 하루 100통씩 온다. '박근혜 밑에서 호의호식하더니 윤석열 밑에서 딸랑이를 하려고 하느냐' 이런 것은 그냥 봐넘긴다"며 "딸랑이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권교체에 필요한 역할을 맡아서 궂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일 힘든 것은 우리 고향 선배로 20여 년 동안 나를 친아들처럼 돌봐준 분이 있다"며 "그분이 문자를 보내서 '윤석열 같은 사람을 돕겠다니 내가 김 의원을 잘못 본 것 같다. 20년 지난 세월이 한스럽다'고 하시더라"고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나아가 "이런 분들이 꽤 계시다. 보수 진영 전체가 근친증오에 빠져 있다. 야권 단일후보를 낸들 과연 될 수 있을까. 우리 세상이 올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지난 2012년 대선 때) 보수 전체를 끌고와서 겨우 3% 앞섰는데, 이런 분들도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흔히 선거의 3대 요소를 인물·구도·바람이라 한다.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이 '인물'이라면, '구도'로 보면 보수와 좌파의 1대1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필수불가결한데, 김 전 의원은 이 또한 낙관할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했다.
김재원 전 의원은 "당연히 (국민의당과) 합당을 해야 한다. 합당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안철수 본인도 조직책을 대거 임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합당을 하려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대표의 생각은 우리 당에 변변한 대권주자가 없으니까 자기가 들어와서 해보겠다는 것인데, 갑자기 윤석열 전 총장이라는 더 강한 사람이 들어와버린다면 방향이 틀어질 수도 있다"며 "합당이든 입당이든 단일 후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정치세력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치적인 목적을 조화롭게 소화하고 조정해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보선 직전 '철수는 오지 않는다'로 식견 과시
대선 앞두고 제1야당 전략기능 복구 위해 나서
"플랫폼 정당이 주도권 잡으려면 리더십 중요
집권 가능성 높이려 자원해 나섰다. 믿어달라"
앞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부 혼란에 빠져 갈짓자 걸음을 했었다. 현실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여의도를 한동안 멀리 하던 김 전 의원은 이 무렵 SNS에 '철수는 오지 않는다'는 일련의 글을 연재했다. 이 글은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을 포함한 여의도 전체를 강타하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정치를 쉬고 거리를 둬도 무뎌지지 않은 탁월한 전략적 식견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의 글 연재 동기에 대해 김재원 전 의원은 "누구나 전략가를 자처하고 나서지만 심하게 이야기하면 '여의도 무당' '부채도사' 같은 황당한 분들이 많다. 엄청 정치를 오래 한 분들도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싶은 경우를 봤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당이 이리저리 흔들리기에 보다보다 못해서 글을 몇 번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너무 황당하더라. 내가 그 때는 누구에게 전화를 한다고 한들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면서 당의 전략 기능이 많이 망가졌구나, 회복되기를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보수층의 기대를 짊어진 제1야당의 전략적 기능 붕괴, 보수 진영 내부의 근친증오 현상, 흔들리는 대구·경북, 정권교체에의 험난한 여정… 이러한 요인들이 김 전 의원을 다시금 전당대회의 무대로 끌어냈다. 김 전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잡아갈 수 있는 실력 있는 지도부의 일원이 되겠다며,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재원 전 의원은 "국민들의 우리 당에 대한 기대를 따라갈 수 있는 지도부가 구성되면 좋겠는데, 정작 현실적인 기량이 안된다면 순식간에 실망으로 이어져 지지율의 폭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권주자를 외부에서 수혈해야 하는 플랫폼 정당으로서 대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잡아가려면 대선 지도부의 리더십이 어마어마하게 중요하다"고 부각했다.
그러면서 "연애하고 싶은 사람 1순위를 뽑는 것과, 내가 정말 결혼해야할 사람을 주위에서 찾는 것은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보수 정당의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서 지도부에 보내달라. 내가 그 역할을 하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당원들의 집단지성을 믿고 마지막까지 선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