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넘어 시중은행까지 동참
디지털화 가속에 인력 조정 '급물살'
금융권에 희망퇴직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제2금융권을 넘어 마침내 대형 시중은행까지 행렬에 동참하면서 날이 갈수록 여파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금융사들의 실적은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화에 더욱 속도가 붙으면서 금융권의 인력 조정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권 전반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증권업계다. KB증권은 올해가 되자마자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같은 달 미래에셋증권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을 상대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어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 특별희망퇴직에 나섰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KB손해보험이 인력 재편에 나섰다. KB손보는 조만간 40대 초반 직원들까지 포함하는 희망퇴직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적용 연령대가 크게 낮아진데다, 지난해 같은 KB금융그룹의 식구로 편입된 푸르덴셜생명에 이은 희망퇴직이란 점에서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카드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초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가 일제히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민카드는 40세 이상으로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우리카드는 2013년 분사 이후 첫 희망퇴직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마침내 은행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한은행은 1972년 이전 출생하고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을 상대로 오는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통상 연말이나 연초에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 대상으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시중은행들의 관례에서 벗어나 상반기 말 희망퇴직에 나섰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비대면 경쟁 격화에 인력 조정 계속될 듯
금융권에서는 예전과 비교해 봤을 때 최근의 희망퇴직은 사뭇 다른 양상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과거에는 보통 회사의 실적 악화 속에서 희망퇴직이 실시됐지만, 최근에는 금융사들의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등을 모두 품고 있는 5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57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9%나 늘었다.
은행은 0%대 기준금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와중 대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험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객들의 병원 방문과 교통량이 줄어들며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고, 증권사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주식 투자 열기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자동차 할부금융·리스 등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꾸준한 비용절감 등이 좋은 실적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잇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화가 자리하고 있다. 비대면 영업의 일반화로 오프라인 지점 통폐합이 가속화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도 기존 금융사들이 몸집을 줄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의 정착, 거대 IT 플랫폼과의 경쟁 등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권의 인력 재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