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신임 바탕 '고속 승진' 한 尹 "정권 부패"
靑, 선거 개입 논란 될까 의식…"입장 없어"
일각서는 "배신 당했다" 불쾌한 기색 역력
청와대가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하며 한 때 몸 담았던 현 정권을 '국민 약탈 정권'이라고 저격하자, 불쾌한 기색이다. 하지만 '선거 개입'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실 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더 이상 문재인 정권의 기만과 거짓 선동에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입장을 낼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대권 주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지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했던 인사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이던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특별수사팀을 이끌면서 당시 정권과 갈등으로 유배 생활을 한 윤 전 총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발탁했다.
이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파격 인사'였다. 윤 전 총장이 문 대통령의 신뢰와 기대를 바탕으로 고속 승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지켜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배신 당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 3월 4일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1시간 15분 만에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짧은 입장문만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됐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도 최근 한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제가 뭐라고 평가할 입장은 못 된다"며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자리에 임기제를 둔 이유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출마 같은 정치적 행위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것은 조직에 마이너스 효과이지 않을까 싶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