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외 발표한 지 두 시간 만에 취소
강성 당원과 일부 후보 반발이 이유
“공식사과 및 기획단 재구성” 요구도
민주당 폐쇄성·편협함 드러낸 촌극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국민 면접’ 면접관으로 김경율 회계사 선정을 발표했다가 두 시간 만에 취소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조국 흑서’ 저자라는 점에서 강성 당원들과 주요 대선주자들의 반발이 컸다.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강훈식 대선기획단장은 “비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논란이 있었던 것을 살피지 못한 것은 단장으로서 제 책임”이라고 사죄했다.
전날 오후 이소영 선거기획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회계사를 비롯해 김해영 전 의원, 김소연 뉴닉 대표이사를 면접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회계사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활동하다 최근 여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며 소위 탈진보 인사로 불리는 분”이라고 섭외 배경을 공개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거셌다. 이재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나리오상 비판적인 인사가 필요했다고 해도 저급한 시궁창 일베 단어 쏟아내는 이까지 모셔 뭘 하자는 것이냐”고 적었다. 심지어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경선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이콧 의사도 내비쳤다. 경선기획단이 섭외 발표 두 시간 만에 섭외 취소를 발표한 이유다.
정정 브리핑을 또 ‘정정’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당초 강훈식 단장은 “김 회계사는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소송으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김 회계사가 “자진사퇴한 바 없다”고 정면 반박하자, “최종 확정되기 전 먼저 발표됐다”고 수정했다.
권경애 “그냥 조국·김어준 면접관 시켜라”
김 회계사의 교체로 일단 수습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우왕좌왕하고 자기중심을 못 잡고 자학을 하고 있다’ ‘괴변 같은 논리에 민주당의 혼을 빼앗기고 있다’는 지지자들의 글을 봤다”며 “(당 지도부가)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선 연기 논쟁의 앙금까지 더해졌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것은 80만 권리당원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이건 그냥 둘 수 없는 일이고 그동안 사실 당의 경선 운영이 좀 졸속적이고 편파적이었다고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총리 캠프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선시기 결정 토론 때는 원칙을 이유로 흥행을 무시하더니 정작 경선 초입에는 흥행을 명분으로 원칙을 짓밟았다”며 “당 지도부가 사과하고 경선기획단을 재구성하는 것이 당원과 지지층에 대한 도리”라고 경선기획단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당내 혼란 외에도 이번 촌극은 민주당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비판적인 인사로부터 쓴소리를 듣자는 좋은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섭외와 취소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의 편협함과 폐쇄성만 드러낸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 탄핵을 주장했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보수진영에서 초청하려는 흐름과 비교하면 차이는 확연하다.
김 회계사와 함께 ‘조국 흑서’ 집필에 참여한 권경애 해미르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흥행 기회를 발로 찼다”며 “그냥 조국과 김어준을 불러 면접관을 시켜라. 추미애 당선 되게”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