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라디오 작가로 데뷔한 이미나 작가는 이후 에세이, 작사,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멜로 감성을 뽐내왔다. 지난 2001년부터 약 4년간 MBC 라디오 ‘이소라의 FM 음악도시’의 작가로, 2005년부터 1년간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의 작가로 일했다. 그는 ‘이소라의 FM 음악도시’의 인기 코너 ‘그 남자 그 여자’에 등장한 이야기를 재구성한 연애 에세이 ‘그 남자 그 여자’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04년 발매된 김연우 2집 수록곡 ‘이미 넌 고마운 사람’,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 ‘너는 나의 봄이다’, tvN 드라마 ‘도깨비’의 OST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등 작사에도 직접 참여하며 자신만의 감성을 구축해왔다.
이후 지난 2015년 tvN 드라마 ‘풍선껌’을 통해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이 작가는 이 드라마에서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었다.
현재 tvN ‘너는 나의 봄’을 통해서는 멜로에 스릴러를 결합해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하고 있다. 저마다의 일곱 살을 가슴에 품은 채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모여 살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주인공 강다정(서현진 분), 주영도(김동욱 분)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는 동시에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며 섬뜩함을 자아낸다.
◆ 묘한 매력의 ‘너는 나의 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위로
현재 3회까지 방송된 ‘너는 나의 봄’은 로맨스보다는 스릴러에 방점이 찍힌 모양새다. 특히 주인공 강다정의 안타까운 과거사로 포문을 연 첫 회에서는 입주를 앞둔 건물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강다정을 쫓아다닌 남자 채준(윤박 분)이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었다.
‘힐링 로맨스’를 기대하고 본 이들은 당혹감을 느꼈다. 누구나 가진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겠다는 기획의도를 내세운 만큼, ‘너는 나의 봄’이 초반 보여준 분위기가 다소 낯설다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전체의 평가는 아직 이르다. 강다정이 어린 시절 겪은 트라우마가 베일을 벗고, 정신과 의사 주영도(김동욱 분)가 그의 아픔을 눈치챈 만큼, 두 사람이 써 내려갈 애틋한 로맨스에 대한 포석도 충분히 마련됐다.
특히 이 작가가 전작 ‘풍선껌’에서 선보인 특별한 위로를 생각하면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작가는 당시 결핍이 있는 이들이 사랑, 우정을 통해 이를 채워가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그려냈었다. 소꿉친구였던 리환(이동욱 분), 행아(정려원 분)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설렘도 있었지만, 가족으로 인해 생긴 아픔을 공유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특히 뭉클했다. 결핍을 굳이 채우지 않더라도, 서로의 빈틈을 매워주는 이가 곁에 있다면 충분하다는 메시지 또한 따뜻하게 다가왔다.
‘풍선껌’의 행아처럼,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품고 자란 ‘너는 나의 봄’의 강다정이 이 작가의 어떤 따스한 위로를 받으며 성장하게 될지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 이 작가표 감성 명대사, ‘너나봄’ 시청자 마음도 적셨다
‘너는 나의 봄이다’,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등 멜로드라마의 OST 작사 작업에도 참여할 만큼 감성적인 면모를 보여 온 이 작가는 ‘풍선껌’에서 리환의 내레이션을 통해 드라마의 동화적 분위기를 배가시켰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해서,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헤어진다”, “한 사람만 아플 수 있을까. 아무 데도 말하지 못한 사람은 이미 혼자 아프다. 그 아픔을 방치했던 사람은 더 아프다. 자기가 아픈 줄도 모르는 사람은 나중에 아프다” 등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리환의 대사들이 공감을 자아냈었다.
‘너는 나의 봄’에서도 이 작가표 감성 대사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강다정은 “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건 그 마음에 상처 받기 좋은 구석이 생긴다는 것”, “상처 받고 싶지 않다. 아픈 어린 시절을 소환하는 바보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행복하고 싶다” 등의 대사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드러내는 동시에 관계에 대한 공감을 유발했다.
주영도는 “‘너 분명히 또 좀 걷다가 넘어질 거잖아’ 옆에서 노려보고 있으면 온 몸에 힘을 주고 걷게 돼요. 그러다 보면 더 잘 넘어지고 더 크게 다치겠죠. 자꾸 잘못했던 거 들추지 마시고 응원해주세요”라고 환자들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졌다. 이 작가 특유의 감성 명대사들이 이번에는 어떤 여운을 남기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