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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탓 VS 오세훈 탓" 방역책임 공방에 시민들 "남 탓말고 백신이나 달라"


입력 2021.07.16 05:08 수정 2021.07.15 22:2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전문가들 "지금 상황에서 방역실패 책임공방 무의미…백신 확보가 방역의 핵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하루 1,300명대까지 늘어나며 수도권 지역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단계인 4단계로 격상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위해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해 방역에 비상에 걸렸으나, 방역 실패 책임을 두고 정치권에서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600명 늘었다고 밝혔다. 확진자수 자체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7일 1212명을 기록한 후부터 9일 연속 신규 확진자 수는 1000명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서울 확진자는 518명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본격화한 4차 대유행은 현재 비수도권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전국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파력이 더 강한 델타 변이 감염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일주일간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 536명 가운데 델타 변이는 374명(69.8%)으로 나타났다. 전체 확진자 10명 중 7명은 델타 변이 감염자인 것이다. 전체 확진자로 보면 10명 가운데 3명이 델타 변이 감염자인데, 확진자 접촉이나 감염경로 조사 중인 비율은 80%에 달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상황 속에서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책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운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향해 "서울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책은 한마디도 없이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터무니없고도 원색적인 비난만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부시장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4차 대유행 서울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해 "질병관리청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성급하게 방역을 풀면 안 된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청와대와 정부가 과학방역이 아닌 내년 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을 내세운 정치방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서울시 책임론의 시작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취임 3개월 서울시 코로나 폭증'이라는 문구와 함께 오 시장이 "저는 방역을 풀 테니 정부는 방역을 하세요"라고 말하는 풍자 그림을 올렸다. 오 시장이 취임한 뒤 방역을 완화해 코로나19가 퍼졌다는 취지로, 방역 실패의 책임을 서울시에 물은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최근 자신 페이스북에 공유한 오세훈 시장 만평.ⓒ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하지만 시민들은 "방역 실패 책임을 따지기 전에 신속하게 백신 물량이나 공급을 해달라"고 질타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휴가철도 앞두고 있고 8월에는 2000명으로 확진자가 늘 수도 있다는데 문제 해결을 해야 할 정치인들이 싸움이나 하고 있다"면서 "그럴 시간에 백신 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물량이나 더 많이 빨리 확보해달라"고 촉구했다.


마포구 신촌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59)씨는 "정부가 칸막이를 설치하라고 해서 혜택이 있을 줄 알고 자비로 다 설치했는데 막상 어떠한 혜택도 없고 다 똑같이 일률적으로 제재만 해 아쉽다"면서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데 정부와 서울시가 방역 실패 책임 문제를 놓고 싸움까지 벌이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고 분노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화이자 백신을 예약하려고 회사 사람들이 매일 '광클'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물량이 별로 없어 열흘이 지난 아직도 백신 예약을 못 했다"면서 "아버지는 모더나 백신을 사전예약 첫날 밤을 새워 겨우 예약을 해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백신 물량에 대해 불안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남 탓 그만하고 백신부터 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2.0 미래를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방역실패의 책임 공방은 무의미하며 결국 백신 확보가 방역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같은 수준에서 방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책임 공방은 무의미하다"며 "결국 방역의 핵심은 백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백신을 하루빨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 일은 중앙정부의 책임"이라면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만 하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방역의 주체는 서울시가 아닌 중앙정부"라면서 "방역 체계가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해에는 'K방역' 홍보에 급급해 백신 확보도 제대로 못하더니 올해는 백신 수급 예측 측정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모두의 책임'이라고 발뺌하니 그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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