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 인수 후 속도내는 정상화...자금력 의심 시선 여전
AOC 재취득 총력...까다로운 심사 조건에 합격 미지수
국내선 출혈 경쟁 재현으로 시작부터 직격탄 가능성도
이스타항공이 성정을 새 주인을 맞아 정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당초 계획대로 오는 11월 재운항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시한이 2개월 연장되면서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지만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이라는 가장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인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대외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이 중견 건설업체 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은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가운데 연내 재운항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스토킹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 방식으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성정과 지난달 24일 1087억원에 인수·합병(M&A)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정상화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 새 사무실 입주...회생계획안 시한 연장
이스타항공은 성정으로의 인수가 확정된 후 임대 계약을 체결한 새로운 사무실로 이르면 이달 말 입주한다.
새 사무실은 서울 강서구 소재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부근 쿠쿠마곡빌딩으로 이스타항공은 9층 전층과 8층 반개층 등 1개 반 층을 임대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인테리어 공사가 이달 내로 마무리 되는대로 바로 입주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본사는 개화산역 인근에 있었지만 지난해 3월 전노선 운항 중단(셧다운)에 이은 7월 제주항공으로의 인수 무산 등으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10월 사무실을 비워야만 했다.
이후 직원들은 마땅한 사옥없이 업무를 해야 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9개월여만에 새로운 사무실에 둥지를 틀고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항공운항증명(AOC) 재취득 등 재운항을 위한 준비 작업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최근 회사가 요청한 회생계획안 제출 시한 연장 신청을 수용하면서 좀 더 상세한 계획 수립도 가능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4일 마비된 전산시스템 재구축과 잔여 채권 확정을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기를 요청했었다. 이를 법원이 수용하면서 당초 20일이었던 기한은 오는 9월17일로 2개월 가량 뒤로 미뤄졌다.
일각에서는 시한 연장 요청을 두고 성정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시한 연장 요청은 그동안 사용료를 납부하지 않아 불통 상태가 된 전산시스템을 살려서 채권 등에 관련한 내용을 보다 정확히 살펴야 채무상환계획을 보다 면밀히 수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은 “이번 시한 연장 요청은 회생계획안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무실 임대 비용 등 성정으로부터 자금 지원이 지속되고 있어 자금력에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회생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AOC 재취득 가장 큰 관건...코로나19 재확산도 불안 요소
하지만 재운항 목표의 가장 큰 관건인 AOC 재취득이 남아 있어 아직 안심할수 없는 상황이다.
AOC는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항공사가 운항을 개시하기 전에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 시설, 장비 및 운항·정비지원체계를 갖췄는지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기준에 따라 전 세계 항공사가 자국 정부로부터 필수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안전 능력 검사·증명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서류 검사를 통해 ‘항공안전법’에서 정하는 운항증명 검사기준에 따라 ▲조종사·정비사·객실 승무원·운항관리사 등 전문인력 확보 여부 ▲항공기 운항·정비규정 ▲위해요 인 식별·경감 등 자체 안전관리시스템(SMS) ▲항공사 자체 보안계획 등의 적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또 현장검사를 통해 에서는 ▲실제 항공기로 약 50시간 시범 비행 ▲항공기 비상탈출 슬라이드 전개 등 비상탈출 시현 ▲종사자 자격·훈련 상태 ▲예비부품 확보상태 ▲취항 예정 공항(청주·제주)의 운항 준비상태 등을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바 있어 운항 개시 이후에도 안전운항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능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도 운항증명 검사에 포함해 점검할 것으로 보여 만만치 않은 관문이 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도 이를 감안해 지난 5월 42명의 인력으로 AOC 재취득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운영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AOC 취득심사에서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면 신청 절차부터 다시 해야해 그만큼 재운항 시점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 한번에 통과하지 못하고 재수를 하게 되면 연내 재운항이라는 목표 달성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 대외환경 변수도 불확실성을 키울수 있다. 정부가 최근 사이판 정부와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오는 24일부터 국내 항공사들의 인천~사이판 노선이 재개되지만 실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해소되지 않으면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결국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 국제선 노선 재개 효과는 사라지고 국내선에만 집중되면서 LCC간 끝없는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이는 운항재개를 하려는 이스타항공으로서도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운항을 지속해 온 항공사들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인데 1년 넘게 운항을 중단해 온 이스타항공으로서는 재시작부터 상당히 척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며 “수익성 회복 시기가 상당히 뒤로 미뤄지면 자금 압박도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