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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 물어보니 ②] 언론중재법? 언론재갈법?…누구를, 무엇을 위해 이러나


입력 2021.08.05 05:31 수정 2021.08.05 07:1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소위 통과한 언론중재법…징벌적 손배제·언론 중과실 추정 조항 포함

"지금도 악의적 허위보도 처벌·보상 가능…과도한 징벌, 언론자유 위축"

"언론 중과실·고의 추정, 기준 모호해 권력자 마음에 안들면 허위보도 해석 가능"

언론사의 매출액에 따라 손해배상? 차별적 조항…문체부조차 우려 표명

국회 문체부 소속 국민의힘 문체부 위원들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8월 내 본회의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에는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정정보도를 해당 보도와 같은 분량·크기로 보도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 조작 보도에 대해서는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되 배상액은 언론사 매출액의 10000분의 1에서 1000분의 1 사이로 제한했다. 배상액 산정이 곤란하면 1억원까지 배상액을 부과하도록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법안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처벌이며 일부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변호사는 "지금도 명백한 허위사실과 악의적 비방 목적의 보도는 정보통신망법, 사실적시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민·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다"며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액까지 더해 물리는 건 과도한 징벌이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권력 비리 등을 추적하는 데 언론은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언론 손해배상제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왜 하필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이런 말도 안되는 법안을,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만들려고 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이기 때문에 다른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지닌다는 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헌법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판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허위보도에 대한 언론사의 '중과실·고의'를 추정하는 조항은 기준이 불명확하고 '입증책임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해당 조항은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경우', '반복적인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사진 등과 기사 내용이 다른 경우' 등 6가지 경우를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중과실로 추정한다.


김 변호사는 "법은 명확성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데, 6가지 기준이 모두 모호하다"며 "권력자들이 마음에 안드는 보도를 자의적으로 '허위보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허위·조작 보도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니 민주당은 일단 법원 판단에 맡겨보자고 하는데 이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입법 때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재판이 지연될 수 있고 판결도 널뛸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고의성 입증 책임을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에 부과하는 내용은 손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손해를 스스로 증명하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일 경우만 등 예외적으로 입증책임 전환이 이뤄진다"며 "오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정부기관, 정치인, 권력자일 경우 법이 이들에게만 유리하게 오남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책정하는 방식도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발생한 손해, 잘못의 정도와 상관없이 언론사의 매출액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다르게 물리는 건 지위·계급에 따라 징벌을 달리 주는 차별적 조항"이라고 말했다.


소관 정부 부처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언론사가 보도를 통한 수입도 있지만 각종 출판사업, 포럼 등 여러 가지 부가사업을 하고 있다"며 "언론사 등의 전년도 매출액'을 '언론사 등의 보도 활동과 관련된 전년도 매출액'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언론 단체들도 언론중재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견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은 최근 공식 의견에서 "1957년 창립 이래 정치적 중립을 위해 현안에 대한 공식 의견 표명을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여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은 우리 사회 저널리즘의 미래와 국민의 알 권리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 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은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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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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