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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로 꽂히는 정치인의 언어…송영길 뿐일까 [이유림의 그래서]


입력 2021.08.06 07:00 수정 2021.08.05 22:30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불임정당' '외눈박이 정권' '눈먼 돈'

정치권에서 두루 쓰이는 잘못된 표현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야당을 비판하며 '불임정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구설에 올랐다. 송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냥해 "문재인 정부에 의해 키워진 사람을 데려다 용병으로 쓰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불임정당을 자백한 꼴"이라고 비난했다.


대선주자가 없는 정당을 표현한 말이라지만, 불임은 곧 치욕이자 불명예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불임 부부는 전체 부부의 15% 선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불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요즘에는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현재까지는 임신이 되지 않았지만 향후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의미다.


앞서 이해찬 전 대표도 수차례 실언으로 '당대표 리스크'에 시달렸다. 그는 지난해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 "정치권에서는 정상인처럼 비쳐도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공식 유튜브에서는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에 비해 어려서부터 장애를 갖고 나오니까 의지가 약하다"고 발언했다. 같은당 이광재 의원은 '절름발이' 표현을 썼다가 사과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외눈' 표현을 썼으나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인의 언어는 여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을 비난하기 위해 불임 부부에게 상처를 줬다"고 했지만, 과거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향해 "제삿날 받아놓은 영구 불임정당"이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바른정당에 대해 "첩이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본들 첩은 첩일 뿐"이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눈먼 돈" "외눈박이 방송" "꿀 먹은 벙어리"와 같은 표현들이 여야 구분 없이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다. 눈먼 돈은 '주인 없는 돈'으로, 외눈박이 방송은 '편파 방송'으로, 꿀 먹은 벙어리는 '말을 못 하는' 등으로 바꿔 써야 한다. 이런 표현들이 모욕과 차별을 의도한 게 아니라지만,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치인들은 특히 더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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