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국민 삶 모두 책임질 수 있는가'
윤희숙, 최재형 지지 입장서 논쟁 가세
이낙연과 하태경은 崔 비판 입장 피력
崔 "말꼬리 잡고 늘어진건 수준 낮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가·정부가 국민의 모든 삶을 전부 책임질 수는 없다며 '보모국가' 비판 논쟁에 불을 붙이자, 이 화두에 여야 대권주자들의 참전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12일 "지금 논란이 되는 '국가가 국민 삶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가'는 이번 대선의 가장 의미있는 화두"라며 "'국가의 책임'은 '간섭과 통제'와 불가분 관계인지라 무턱대고 확대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의미있는 논쟁은 '책임지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여야 한다"며 "정치는 이 물음에 답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원장은 전날 초선 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주제발표에서 "국가가 국민들의 모든 삶을 전부 책임지겠다는 주장은 실현될 수 없는 거짓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비난했으며,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게 의아하다"고 공격에 나섰다.
이처럼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전선이 형성되자, 윤희숙 의원이 최재형 전 원장의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논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 전 원장도 전날 자신의 주장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며 '보모국가'를 비판하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
최 전 원장은 "지금 자영업자들, 어려운 청년들의 삶을 정부가 책임지고 있느냐"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책임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감언이설이고 사기"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우리 국민은 각자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려 노력하고, 정부는 그런 국민을 돕는 게 제대로 된 국정이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며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 제1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어제 내가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말 뒤에 '도움이 꼭 필요한 국민은 도와줘야 한다'고 했는데 일각에서 이 말을 자르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정치가 이런 것인가 또 새삼 느낀다. 굳이 이렇게 수준 낮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반격했다.
한편 '보모국가(Nanny state)'란 랭커스터 공국상을 거쳐 재무대신·복지대신·노동대신을 역임한 영국 보수당 하원의원 이안 맥클레오드가 명명한 개념이다.
이안 맥클레오드는 1965년 의회 연설에서 영국 정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기치 아래 지금처럼 국민의 삶을 전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치솟는 복지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경제 성장 없이 물가만 오르는 국면이 오면 영국은 재정적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안 맥클레오드는 이같은 국면을 가리키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도 창안했다.
실제로 그의 예언대로 1973년 석유 파동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하자 영국의 재정은 1년 예산의 30%, GDP의 11%를 차지하던 복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되면서 1976년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