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가 공개됐다.
22일 유족은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양의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는 부모가 A양의 방에서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A양 부모는 "가해자가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서에서 A양은 "사랑하는 부모님께(우리 가족들 너무 고마워)"라고 글을 시작하며 "부모님이 내 곁에서 위로해줘서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다 털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라고 심경을 적었다.
이어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며 당부했다.
A양은 "나는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합니다. 불효녀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미안해요. 알지?"라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
또한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그 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며 가해자의 처벌을 부탁했다.
A양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다. 보고 싶다. 얘들아, 너희가 너무 그리워…내 얼굴 잊지 말고 기억해줘"라고 친구들에게도 글을 남겼다.
앞서 지난 5월 12일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에서 A양과 B양 등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학교는 다르지만 친구 사이였던 A양과 B양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는 B양 의붓아버지 C씨였다. C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의자와 변호인 측은 의붓딸과 그 친구에게 저지른 성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술을 먹이는 등 학대한 혐의만 일부 인정했다.
한편 이날 피해자 유족들은 "100일 추모제를 다음날 아침 발견했다. 딸이 기도에 응해준 것 같다"며 "더 이상 한 맺힌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