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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요된 저작권 양도를 인정해야 할까… 저작권의 악의적 이중양수에 대해


입력 2021.08.25 14:00 수정 2021.08.25 10:45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화예술 콘텐츠가 그 나라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시대다. 디지털뉴딜 문화콘텐츠 산업성장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국가발전전략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할 것이다. 완성된 콘텐츠의 힘은 기본적으로 저작권이라는 강력한 법적 권리에 바탕을 두고 있고, 전세계 문명국가는 이러한 저작권 보호체계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산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다.


저작권은 창작자가 창작을 하는 순간 발생하는 것이고 따로 등록이나 등기와 같은 공적 장부에 기록될 필요가 없다. 이른바 무방식주의는 베른협약에 의해 채택된 저작권보호의 국제적 원칙이 되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베른협약에서 확립된 무방식주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저작권에 대한 자발적인 국내등록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자발적인 저작권 등록 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은 저작권의 이전에 등록을 필수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도 저작권 무방식주의를 채택하면서 자발적인 등록 제도를 두고 있다. 저작권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창작과 동시에 발생한 저작권자의 지위가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저작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지만 굳이 등록을 하지 않아도 그 이전의 효력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작권의 무방식주의 원칙과 임의적 등록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문제 상황으로 들 수 있는 것이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이중으로 양도한 경우이다.


부동산 같은 경우 소유권이전등기가 있어야 매매의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자가 이중으로 부동산으로 양도했다고 하더라도 먼저 이전등기를 한 사람이 적법 유효하게 소유권을 획득한다. 저작권의 경우는 어떤가? 저작권도 부동산 물권과 같은 배타적인 권리가 부여되어 있지만, 저작권을 양도할 경우 반드시 저작권이전등록이 필수요건이 아니다.


저작권자 A가 B에게 먼저 양도를 해놓고, 다시 C에게 동일한 저작권을 양도했을 경우 각자 양도의 효력은 발생한다. 그런데 B와 C가 각자 양도의 효력을 주장하게 되면 그 사이의 우열을 어떻게 가려야 하는가. B 또는 C 각자 자신이 저작권을 적법하게 양수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저작권의 기본적 효력은 내 허락 없이 이용하지 말라고 누구에게나 강제할 수 있는 권리인데, B가 먼저 저작권을 양수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양수받은 C에 대하여 배타적인 권리주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B로서는 황당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한편, C로서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 A로부터 양수를 받을 당시 A가 이전에 동일한 저작물을 B에게 양도한 사실을 모르고 양수한 경우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저작권법은 이러한 경우를 염두에 두고 저작재산권의 양도 또는 처분제한에 대해서는 그 권리 변동을 등록해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른바 저작권 이전등록이 대항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양수를 받은 C가 첫 번째 양도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 경우에도 단지 먼저 양도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B에게 저작권양도의 우선적 효력, 즉 선계약 우선주의를 취하게 되면 C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C가 A로부터 저작권을 양도 받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미 이전에 A가 해당 저작물을 에게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중양도를 받았다면 어떨 것인가? 또한 A가 해당 저작물을 B에게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C가 이용허락을 받은 경우는 어떠할까? 이러한 경우에도 C가 B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면 이것이 정의 관념에 합당한 것일까?


이러한 이중양도적 상황은 저작권을 저작권신탁단체 E에 미리 신탁을 해 놓은 작곡가 D가 이번에 새로이 제작하는 방송프로그램 또는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새로 음악을 창작했는데, 그 음악의 저작권을 방송제작사 또는 영화제작사 F측에 양도를 하거나 이용 허락하는 경우에도 발생하게 된다.


이 쟁점이 문제된 사건에서 법원은 E가 음악감독으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신탁 받았더라도 그 이전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D로부터 저작재산권을 이중 양수하거나 저작물의 이용 허락을 받은 영화제작자에 대하여 저작재산권 신탁에 따른 양도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저작재산권을 이중양도하는 배임행위라는 사실을 알면서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제3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음악저작권신탁단체의 신탁약관을 보면 저작권을 신탁한 음악저작권자는 신탁한 저작물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제3자에게 이용허락 및 권리행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방송사들은 음악저작권신탁단체들과 포괄적인 이용허락계약을 맺어놓고 있다. 즉, 신탁단체가 신탁관리하고 있는 음악을 모두 방송프로그램에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중양도적 상황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음악저작권신탁단체는 위탁자(음악저작권자)의 권리는 온전히 협회로 양도되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방송사는 위 포괄적 이용허락계약을 체결하며 저작권사용료를 위탁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기로 약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방송사는 음악감독이 신탁단체의 회원이라서 새로 창작한 음악도 포괄이용계약에 따라 방송에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저작권을 양도받거나 개별적인 이용허락을 받고 있는 것이다(비용지출을 절감하기 위하여 방송사들이 최근 매절계약을 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대법원의 해석기준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신탁회원의 배신적 행위에 가담하는 행위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우리 저작권법상 저작권 양도는 이를 등록해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그 제3자는 선의이든 악의이든 모두 가능하다는 전제에 입각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중양도 받은 제3자로 보호받지 못하는 유형으로 이중양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거나 조장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만, 그러한 경우를 증명하기 매우 곤란할 뿐만 아니라 법정책적으로도 악의의 제3자는 보호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작곡가가 신탁계약 위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방송제작사 또는 영화제작사측에 저작권을 양도하거나 개별 이용하락을 하는 것은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강요된 선택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물론 협상력이 강한 인기 작곡가 몇 명의 경우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개별적으로 지킬 수 있겠으나, 그에 미치지 못한 작가의 경우 궁극적으로 거대 제작사의 불공정 거래체계에 편입되어 권리보호가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악의의 제3자에게는 저작권양도등록을 하지 않아도 권리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최승수 변호사 (법무법인(유) 지평 파트너 변호사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미국 University of Pennsylvania 로스쿨 LLM/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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