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그림책 다수 출간
그림책 관련 책방·수업 인기
그림책의 독자층이라면 단연 아이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림책은 더 이상 어린이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최근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성인을 타깃으로 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고, 관련 책방들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지난 2008년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알렉스가 신애에게 그림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읽어주는 모습이 방영된 이후 이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재진입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당시에 이 책의 인기는 미디어 효과로 인한 ‘반짝’ 관심에 머물렀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관심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라는 부제가 붙은 무루 작가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예스24에서 에세이 58위, 국내도서 종합 TOP100에 3주간 링크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올해 3월 발간된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역시 에세이 TOP20에 무려 20주간 머물렀고,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2020년 12월) 역시 에세이 TOP20에 32주란 랭크됐다.
최근엔 시니어 그림책 시리즈 ‘하얀봉투’가 인기 도서로 주목을 받고 있고, 20쇄 이상 찍은 ‘무릎딱지’, 201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 작가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축과 폴란드 그림책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의 ‘잃어버린 영혼’(Zgubiona Dusza), ‘L부인과의 인터뷰-질문과 생각’ 등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기존엔 그림책을 읽는 성인 독자는 마니아층에 한정되어 있는 성향이 강했는데 최근 5~6년 사이 성인 독자층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형태의 그림책 강좌들, 성인 독자를 타깃으로 하는 그림책 출판사, 그림책 전문 책방 등이 많이 생겨난 것도 이런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포용하는 그림책 전문 책방들은 전국 곳곳에 문을 열고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책방 피노키오, 동화작가 이루리와 도서출판 북극곰 이순영 대표가 함께 만든 ‘이루리북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카모메 그림책방’, 연남동의 ‘그림책방 곰곰’, 그리고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안녕그림책방’ 등이 있다.
성인을 타깃으로 한 그림책 만들기 등의 수업도 성행한다. 특히 지자체의 문화재단을 통한 활동이 두드러지는데 한 예로 의정부문화재단은 ‘문화도시 백만원 실험실’을 통해 지난 4월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모임을 진행했고, 고양시 행신도서관 역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테라피 프로그램 ‘쓰담쓰담 그림책 테라피’를 9월 중 운영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 책방이나 작가, 소모임 등에서 이뤄지는 관련 수업들도 다수 진행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인들이 그림책에 빠진 이유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이다. 삶에 지친 성인들은 그림책을 ‘힐링’의 요소로 받아들이고,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림책을 읽고, 만드는 일이 새로운 취미활동이 되기도 한다. 또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고, 하나의 미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그림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도 성인들의 재미를 북돋웠다.
출판사 관계자 역시 성인의 그림책 읽기 현상에 대해 “자기 치유”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글씨가 적고, 그림이 많은 그림책은 빠르게 읽힌다는 점이 인기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림책의 경우 ‘느리게 읽는’ 책이기도 하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 시대를 사는 성인들이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서사를 파악하고, 책장의 그림들이나 종이의 재질, 그림을 표현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직접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