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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후 성관계, 연락 끊기자 성폭행범…또래 남친 신고한 여중생


입력 2021.09.21 10:59 수정 2021.09.21 02:49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합의 후 성행위를 했다가 성폭행범으로 몰린 중학생이 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지법 행정1-2부(박강균 부장판사)는 중학생 A군이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가해에 따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2월 같은 학교에 다니는 B양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서로 사귀기로 했고 닷새 뒤 만나 데이트를 했다. 둘은 첫 데이트를 한 날 성관계를 가졌고 이틀 뒤 다시 만나 두 번째 성관계를 했다.


하지만 A군은 두 번째 성관계를 가진 뒤 B양의 전화나 메신저 연락을 피했고, 이에 화가 난 B양은 A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B양은 "A군이 따라오지 않으면 성적인 내용이 담긴 메신저를 퍼뜨린다고 협박했다. 성행위 당시에도 싫다고 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다닌 중학교를 담당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4월 A군에 대한 처분을 의결했다. 학폭위가 의결한 처분은 서면 사과, 피해 학생 접촉·협박·보복 금지, 출석정지 5일, 특별교육 7시간이었다.


학폭위는 "성 관련 사안이고 두 학생의 주장이 상반되지만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위해 적절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A군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지난해 10월 행정소송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A군은 재판 과정에서 "B양과는 당시 서로 사귀는 사이였고 합의한 뒤 성행위를 했기 때문에 성폭력이 아니었다"며 "합의한 성행위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조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군과 B양이 사귀기로 하고서 닷새 뒤 만나기 전까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등을 토대로 당시 A군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며 학폭위의 징계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은 성관계 등 성적 접촉이 피해 학생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야 한다"며 "A군과 B양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볼 때 둘의 당시 성행위가 B양의 의사에 반하거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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