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대여금, 사업 운영비로 사용…순차적으로 갚을 것"
불법 여부, 회계자료 수사 통해 가려질 듯
경찰, 올 4월 FIU 자료 이첩받아 내사 착수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경찰에 출석하면서 473억원 뭉칫돈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머니투데이 기자 출신으로 화천대유 최대 주주인 김씨는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내사를 받으러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씨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등의 2019∼2020년 금융거래에 수상한 자금흐름이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고 내사를 벌이다 5개월 만에 김씨를 소환했다.
내사가 진행되도록 경찰은 김씨와 이 대표 등의 개인계좌를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경찰은 FIU에서 넘어온 자료가 대부분 계좌 관련 자료여서 지금까지는 이를 분석하는 데 주력했고,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는 입장이다.
피의자 입건 전인 참고인 신분인 데다 김씨 개인계좌를 강제수사로 들여다보지도 않은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김씨를 부른 데는 일단 FIU가 통보한 자료와 관련해 김씨의 해명을 들어보려는 취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에서 김씨가 지난해까지 화천대유 법인으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린 경위와 사용처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473억원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사 대상 금액 중 적지 않은 부분이 FIU가 비정상적 거래로 의심하는 것이라 용처가 밝혀지기에 따라서는 김씨에게 배임이나 횡령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법인에서 대여금 명목으로 빼낸 돈을 아직 갚지 않았다. 그는 경찰 조사 전 "9월부터 상환하기로 했는데 일이 터져서 정리를 못 하고 있었다"면서 순차적으로 갚을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총선 전 화천대유 자금을 현금으로 인출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기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정치권과의 연결 의혹은 완강하게 부인했다.
전체 직원 수가 20명도 안 되는 작은 법인임에도 지난해 접대비로만 장부상 4억원 넘게 지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돼 기록되지 않은 접대비 등이 확인되면 돈의 흐름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김씨는 대여금 사용처에 대해 '운영비'로 썼다고 했다. 어디까지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의 운영비에 해당했는지는 추후 법인 내부 회계자료 등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뤄져야 판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경위,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배당 방식의 설계자, 유명 법조계 인사들로 구성된 초호화 법률고문단 역할 등 사건의 몸통을 경찰이 직접 수사할지는 미지수다.
김씨와 함께 민간개발 추진 당시부터 대장동 개발에 나섰던 남모 변호사(천화동인 4호 이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진 입국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