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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백신지원, 연락선 복원되면 탄력 받을까


입력 2021.10.03 02:00 수정 2021.10.02 22:4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文 "백신물량 여유 있어

다른 나라 도울 여건 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공개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무관한 대북 인도적 지원 의사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남북 통신연락선 10월 초 복원'을 시사하면서도 미국이 제안한 '조건 없는 대화'에 선을 그은 만큼, 향후 인도적 지원 논의가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연락선 복원 의사가 공개된 지난달 30일 향후 남북 의제와 관련해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과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남북협력'을 언급했다.


유럽 순방 중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유럽연합(EU) 관계자 등을 잇따라 만나 코로나19 관련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마스크 등 보건용품 △진단검사 장비 등 의료용품 △백신·치료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보건·의료 용품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백신을 추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민간 대북지원 사업자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해 보건·의료 용품을 우회 지원하는 동시에 국제공조를 통한 백신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코백스(COVAX)가 제공한 백신이 저장시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신화/뉴시스

문 정부는 그간 △국내 백신 수급 상황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해 대북 백신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방미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귀국하며 진행한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접종에 필요한 물량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월 중으로 베트남에 100만회분 이상의 백신을 지원키로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우리가 충분히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 백신물량에 여유가 있다며 해외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대북 백신지원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확보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 정부는 '위드 코로나' 정책 도입을 시사하며 국민 접종일정까지 앞당긴 상황이다. 방역 당국이 집단면역 기준으로 제시한 '성인 80% 이상 접종'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국내 집단면역 달성 시, 백신 여유분에 대한 해외 공여를 진행하며 일부 물량을 북한에 할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주인도네시아 미국대사 ⓒ외교부

다만 대북 백신지원을 위해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라 문 정부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앞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 비핵화와 무관한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면서도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접근과 모니터링"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이 직접 지원을 요청하고 △모니터링 체계가 확립돼야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모니터링 체계란 지원물품이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우선 공급되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뜻한다.


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역시 북한 요청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AZ) 190만2000회분을 지난 5월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모니터팅 체계 미비 등의 문제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안보 등 다른 이유에 대한 대가(bribe)가 아니라 순전히 필요에 따라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미국 법률"이라며 "대북 인도적 지원도 필요한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돼야 하지만 북한 당국은 미국 및 한국의 인도적 지원 물품 배분을 자신들이 통제하려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토마스 쉐퍼 전 북한주재 독일대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인도주의 지원이 이뤄질 때 신분 차별 없이 가장 필요한 주민들에게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어떻게 지원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감시(모니터링)돼야 하지만 (북한에선)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치적 엘리트나 평양시민들에게 한정적으로 지원되는 구조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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