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모질 게 한 것 사과한다"
문재인 "1위 후보되니 심정 알겠나"
선거 관련 현안 피하기로 사전 조율
야권 "잘못된 만남…선거개입 행위"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공개 면담에서, 이 후보가 지난 경선에 대해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과 대선 정책경쟁을 당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으며, 대장동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는 따로 거론되지 않았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후보가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 둔 얘기이고, 꼭 드리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을 아시겠죠”라고 화답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디지털 전환, 정부의 확장재정 운용 등의 현안이 주로 거론됐다. 선거운동과 연관돼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은 일체 나오지 않도록 청와대와 이 후보 측이 사전에 조율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좀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그런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 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고 했고,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장동 의혹이나 부동산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장동의 ‘대’자도 안 나왔다”며 “(선거운동으로)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은 아예 두 분이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들은 일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야 후보들이 수사 선상에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떤 주제를 막론하고 검찰이나 수사라는 얘기는 없었고 단어 자체도 나오지 않았다”며 “선거운동이나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주제는 피하자고 (이 후보 측에) 얘기했고, 그런 서로의 약속은 지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이날 회동은 관행에 의한 것이며, 이 후보 외에 야권의 후보가 요청할 경우 면담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남 자체로 선거 개입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야권의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과거 사례가 있지만 그런 관행은 사라져야 할 구태정치”라며 “명백한 선거 개입 행위”라고 비난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후보를 만나거나 어떤 정치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전례라든지 선관위와의 협의를 통해서 확인을 했고,그래서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