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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게 없는 세 가지


입력 2021.10.28 08:09 수정 2021.10.27 08:09        데스크 (desk@dailian.co.kr)

경선 막판 위기, 실수로 자초했으나 대응력 부족이 더 문제

비(非)영남, 서울대, 부잣집 출신 약점 극복에 더 주력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이 위기다.


잇따른 실언과 실수 이후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과연 민심이 그에게 실망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3% 포인트 안팎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이 당장에는 그 반사 이익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표는 어디 다른 데서 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이 이기면 찍지 않겠다고 했던, 이낙연 이탈 표가 국정감사에서 이재명이 선방한(정확히 말하면, 제1야당 국민의힘 의원들의 졸공으로 결정타를 맞지 않고 잘 도망간) 것으로 비치고 윤석열의 자멸(自滅) 언행으로 자기들의 승기(勝機)가 마련됐다는 여유가 생겨 일부 돌아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 증가 폭이 약 2% 포인트다.


극민의힘 유력 경선 후보 윤석열에게 더 위협적인 것은 경쟁자 홍준표의 상승세다. 사실 그의 실언, 실수로 홍준표의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조사 결과는 오히려 그의 지지율 또한 1% 포인트 정도 내려간 것으로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 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향후 당분간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을 봐야 더 정확하겠지만, 이 결과로만 분석해 보면 윤석열의 신중하지 못한 말과 SNS 게시물, 거기에 대한 같은 당 라이벌의 지나친 인신공격, 즉 이들의 이전투구에 모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게 상대적으로 젊은(50대 이하) 보수 지지자들과 중도층의 마음이라고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의 지지도가 앞으로 며칠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면, 다음달 5일 끝나는 최종 경선에서 그가 아무리 당원들 득표수는 더 많이 얻더라도 일반 여론조사와의 합산에서 홍준표를 이기기 힘들다. 대세론을 믿고 지키기 전략으로 나간 패착의 결과를 맛볼 수도 있는 형세다.


그의 수비 위주 자세는 대세론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그의 출신, 이력에서 보이는 3무(無)가 그 중요한 배경이라고 필자는 해석하고 있다. 그는 이 한계를 극복해야만 당 경선도 통과할 수 있고, 대권도 무난히 쟁취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토록 소원하는 상식적인, 법치 국가를 이루는 큰 뜻을 펼 수가 있게 될 것이다.


3무 중 첫째는 운동 또는 가난이다. 그는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한 사람이 아니며 가난한 집 출신도 아니다. 교수 아버지를 두고 사립 초등학교를 다닌 서울내기다. 필자를 포함해서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홍준표 같은 촌놈들에게 윤석열처럼 얼굴 허연 서울 부잣집 아이들은 밥이다. 덩치가 아무리 커도 촌놈들은 서울내기에 절대로 기가 죽지 않는다.


여기에 데모(운동) 경력까지 더해지면 다연발 무기에 초정밀 조준경이 장착된 것이나 다름없다. 무서운 게 없고 누가 덤벼도 바로 맞장을 뜨며 말발까지 세다. 운동권 출신 논리에 웅변 솜씨, 임기응변 화술을 갖춘 데다 억센 사투리로 말 폭탄을 쏴대면 당할 자가 없다. 서울말은 이들의 입 앞에서 꼼짝을 못한다. 홍준표와 윤석열을 볼 때 이 말이 절로 이해되지 않는가?


그 다음은 병역이다. 홍준표는 방위라도 했다. 이유는 (가난해서 못 먹어) 체중 미달(48kg)에 심한 근시, 병력(病歷)이라는데, 촌놈(경남 창녕의 빈농 출신) 홍준표가 돈 써서 현역 복무를 피하진 않았을 테니 사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은 부동시(不同視, 짝눈-왼쪽 눈은 근시인데 오른쪽 눈이 원시라든가, 왼쪽 눈은 0.2의 근시인데 오른쪽 눈이 0.8의 근시인 경우 등)라는 장애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4.15 총선에 이어 이번 당 경선 컷오프도 부정선거라고 주장해 외톨이가 된 황교안 역시 만성 두드러기라는 병으로 징집이 면제된 사람이다. 그도 서울 출신이다. 장애로 군대를 못 간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문제라는 게 아니라 군대 미경험이 정치인으로서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군대는 이 나라 남자들에게 악과 깡을 심어주는 남성 트레이닝 센터 역할을 한다. 윤석열이 사람은 소탈하고, 친화력도 좋고, 다정다감하다고는 하지만 한국 정치판이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악바리, 투사 근성이 부족한 게 이 병역과 운동 경력이 없는 것과 무관치 않다. 홍준표가 그렇게 악을 써대며 윤석열을 물어뜯을 수 있는 건, 비록 집에서 출퇴근 근무하는 방위지만, 병역은 필한 촌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윤석열이 갖지 못한 게 자식이다. 나이 50 넘어 결혼한 그와 부인 김건희에게 유일한 가족은 개 한 마리다. 이 개와 함께 사고를 쳐 그는 탄탄대로를 걷다가 바위 덩어리를 만났다. 그의 편에서 개 사과를 최대한 애정 깊은 마음으로 풀어보면, 자식처럼 소중한 애완견에게 사과를 물려줌으로써 전두환 관련 발언에 사과하는 마음을, 이제 그만 웃어넘기자는 의도로 연출하려 했던 것 같다.


자식이 없다는 건 공감 능력 부족을 의미한다. 개 100마리를 키워도 자식을 낳고 기른 엄마 아빠와 같아질 수 없다. 하물며 이 시대 청년들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으랴! 20~40대에서 홍준표에게 압도당하고 있는 이유를 그는 깊이 생각하고 애완견 대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이제부터라도 되도록 많이 가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의 위기는 여권과 자당 경쟁자들의 음해, 동네북 난타에 의해 멍들어온 자신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더 망가뜨려 자초한 것이긴 했다. 그러나 대응력 부족이 더 문제다. 이전투구에선 피하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맞서는 투지와 결기를 보여야 상대의 기도 죽고 응원객들의 기분도 풀린다.


윤석열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등의 소신과 정권 실세 조국을 수사, 정권 재창출 대망을 접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뚝심으로 야당 대선 예비 후보가 된 사람이다. 그에게는 물렁한 서울내기만은 아닌 어떤 강점이 분명히 있다.


그가 비(非)영남, 서울대, 부잣집 출신이라는, 한국 대선 판의 3대 징크스를 극복하고 대권 고지를 탈환하게 될지는 앞으로 일주일 그가 어떤 노력을 필사적으로 기울이고 그에 따라 보수와 중도 지지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돌아서는가에 달려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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