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실사 기간 연장 등 M&A 절차 지지부진
본계약 해 넘길 경우 법정관리 졸업도 요원
3년 가까이 신차 없어…전기차 전환도 시급
쌍용자동차 매각 작업이 1년 넘게 이어지며 임직원‧협력사 뿐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나 제품 경쟁력보다 매각, 법정관리와 관련해 언급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브랜드 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전날 쌍용차에 대한 정밀 실사를 마치고 이날부터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대금으로 3100억원을 적어냈지만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계약 협상에서 금액을 포함한 인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쌍용차는 12월 중으로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고 연말까지 부채 상환과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본계약 협상에서 이견이 커질 경우 이 절차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주인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1년 6개월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지난해 4월 기존 대주주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대한 신규 자본 투자를 거부하며 본격화됐다. 그해 6월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하고 새 투자자를 모색 중이라고 발표했고, 8월에는 새 투자자가 나오면 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HAAH오토모티브 홀딩스가 쌍용차 투자에 관심을 보이며 실사를 진행하고, 올해 1월에는 쌍용차와 HAAH가 P플랜(단기 법정관리·Pre-packaged Plan)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으나, 결국 HAAH가 법원이 제시한 투자의향서(LOI) 제출 시한인 3월 말까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매각 작업은 백지화됐다.
HAAH만 바라보다 무려 6개월의 시간을 날린 셈이다. 그 사이 쌍용차의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돼 세 차례에 걸쳐 감사의견이 거절됐고,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으로부터의 대출금 만기가 잇달아 도래하며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쌍용차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벌었으나, 결국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해 올해 4월 15일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며 2011년 3월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조기 법정관리 졸업을 꾀했지만 이 과정 역시 순탄치 못했다. 지난 7월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원매자 중 재계 38위 그룹인 SM그룹이 포함되며 쌍용차 경영정상화에 파란불이 켜지는 듯 했으나, 막상 9월 진행된 인수제안서 접수에서는 SM그룹이 불참해 M&A 열기는 한풀 죽었다.
본입찰에 자금조달 능력이 불분명한 미니 기업과 재무적투자자(FI)가 조합된 컨소시엄들만 남은 상태에서 법원이 택한 곳은 비교적 구체적인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었다.
10월 20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는 2030년까지 쌍용차에 전기차 라인업 30종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명가’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10월 28일로 예정됐던 M&A 양해각서(MOU) 체결은 협의 기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연기돼 지난달 2일에서야 이뤄졌고,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려던 정밀 실사 역시 일주일 연기됐다.
이에 따라 M&A 본계약 체결과 회생계획안 제출 일정 역시 줄줄이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정밀 실사 일정을 미루면서 본계약 협상에서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3100억원 외에 회생담보권 변제 등을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온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총 인수자금을 1조4800억~1조6200억원으로 판단하고 1차 유상증자 등을 통해 2700억~3100억원, 2차 유상증자 등을 통해 4900억~5300억원, 자산담보대출 등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자산담보대출 계획에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협상이 늦어지면 본계약 체결 일정은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자금마련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의 M&A가 정밀실사 이후 본계약 체결 이전에 무산된다”면서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인수에 필요한 자금마련 계획을 상당히 타이트하게 잡은 상태라 변수에 대비할 수 있는 유연성이 없다는 게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본계약이 순조롭게 체결되더라도 이후 여러 고비가 남아있다.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타당성을 평가받아야 하고, 법원이 관계인집회를 열어 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모든 일정을 다 마무리하려면 쌍용차의 법정관리 졸업은 내년 1분기 내에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마힌드라의 투자 거부 발표 이후 무려 2년간 불확실한 경영상황이 계속되는 셈이다.
기업의 불확실성은 제품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쌍용차의 브랜드 경쟁력까지 떨어질 경우 M&A가 마무리되고 법정관리를 졸업한들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또 다시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차 개발 및 출시 일정이 계속 늦춰지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는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디자인이나 성능, 편의‧안전사양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통상 풀체인지(완전변경) 신차의 생애주기를 5~6년 정도로 본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2월 4세대 코란도 출시 이후 3년 가까이 신차가 없는 상태다. 4개 라인업 중 2015년 1월 출시된 티볼리는 이미 풀체인지 모델이 나왔어야 했고, 2017년 5월 출시된 렉스턴, 2018년 1월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도 순차적으로 후속 모델이 등장할 시기가 도래한다.
기존 차종들의 생애주기를 페이스리프트 등을 통해 연장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지난 6월과 7월 잇달아 스케치가 공개돼 기대를 높였던 J100과 KR10(이상 프로젝트명)의 양산차 출시 등을 통한 판매 감소 만회가 필요하다.
전기차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에디슨모터스가 밝힌 대로 당장 내년 전기차 10종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쌍용차 자체적으로 개발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코란도 이모션의 국내 출시로 전기차 판매 실적을 쌓을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1회 충전 주행거리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출시가 늦어질 경우 성능이 더 강화된 경쟁차들을 상대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길게는 10년씩 쓰는 내구재인 만큼 제조사의 존립 여부가 의심받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소비자도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면서 “하루 빨리 M&A와 회생절차를 마무리하고 신차 출시에 나서야만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