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29일 개봉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웨이브서 시청시간 상위권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딜 가나 대선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요즘 선거와 정치 이야기로 현실을 비추는 작품들이 대중과 만난다. 방식도 다양하다. 실화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정치와 리더에 대한 고찰의 여지를 제공하거나 풍자를 통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여운을 남긴다.
29일 개봉하는 '킹메이커'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스토리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완성한 영화다.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이후 김대중과 그를 도왔던 엄창록의 실화를 바탕으로 변성현 감독이 완성했다.
극중 설경구가 대선에 나서는 김운범, 이선균이 그의 곁에서 전략을 짜는 서창대 역을 맡았다. 특히 서창대가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이선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변성현 감독은 1960~80년대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관객들이 영화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킹메이커'는 시대적 상황을 고증하며 현재의 시각에서 재해석한 인물들을 통해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부딪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옳은 목적을 위해 옳지 않은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킹메이커'가 실화에 입각한 정치물을 내세웠다면 웨이브에서 공개된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는 블랙코미디를 앞세운 정치 풍자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셀럽 이정은(김성령 분)이 남편인 정치평론가 김성남(백현진 분)의 납치 사건을 맞닥뜨리며 동분서주하는 일주일간을 그린 작품이다.
체육계 성폭력, 갑질 폭로 등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난 논란을 불쾌하지 않고 재치 있게 녹여내 사회를 향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방법을 택했다. .
'이상청'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문화체육부 장관의 사생활이 드러나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새로운 후보를 추리는 방법을 손병호 게임으로 정하는가 하면, 청문회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 대다수가 코로나 확진자와 회식 자리에 동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청문회가 최단 시간으로 마무리되는 웃픈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은 체계적이라고 믿는 시스템 아래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이 선택들은 보기에도 너무 허술하다. 그럼에도 세상은 돌아가고 '나라가 이렇게 운영되어도 괜찮은가'라는 한숨을 만든다. 또한 이들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시스템과 선택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상청'은 오픈 첫날 웨이브 신규 시청자 유입 및 시청 시간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오픈 직후 꾸준히 전체 시청 시간 상위권을 유지하며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을 주도했다. 벌써부터 시즌 2를 기다리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정치물이 대선을 앞두고 관심을 받은 건 여러 차례 있었다. 2017년에는 한재림 감독의 '더 킹'이 30년의 한국 현대사를 펼쳐내 이목을 끌었다. 검찰이 정보 수집을 통해 야당 국회의원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흔드는가 하면, 일부러 상대방에게 불리한 정보를 넘겨주고, 정치 이슈를 연예인의 스캔들로 덮는 설정들이 등장했다.
이 영화는 전두환에서 이명박에 이르는 대통령과 대선 과정을 다큐멘터리 화면으로 처리하고, 여배우의 성적인 동영상 유출이나 공연 음란행위로 걸린 검사 등의 에피소드를 곁들여 한국 사회의 보는 듯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에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인 '남영동'을 영화화한 '남영동 1985'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가해 책임자에 대한 피해자들의 복수극을 그린 '26년'이 개봉했다. 일각에서는 편파적인 정치색이 짙은 영화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26년'은 296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보다 앞선 2007년에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화려한 휴가'가 대선 5개월을 앞두고 개봉됐다. '화려한 휴가'는 730만 관객이 관람했다.
정치물이 그려내는 대한민국의 권력 지형도는 새롭지 않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 만큼 관심이 높다. 이 시기에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조금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 가지는 진정성이다.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제기된 문제의식과 취지에 공감한다면 또 한편의 새로운 흥행 정치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