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구속·기소 사건 전무…정권수호처 등 정치적 편향성·언론사찰 논란만 가중
법조계 "출범 이래 성과 전혀 없어…검찰 부정적인 모습만 답습, 더 큰 괴물 되나"
"국민참여재판 등 권력남용 견제 제도적 장치 필요…공수처장 교체 등 인적쇄신도 단행"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1년을 앞두고 몰락에 가까운 대위기를 맞고 있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검사 구속 실패를 포함해 현재까지 구속·기소한 사건이 전무하다. 또한 출범 이래 정치적 편향성 등 온갖 논란이 끊이지 않아 '존폐론'마저 거론되면서 차기 정권은 공수처의 대대적인 개혁을 도모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수처는 지난달 말 기준 총 2599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이 가운데 24건을 입건했다. 이 중 4건이 고발사주 의혹 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관련 사건으로 정치적 편향 논란을 야기했고,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구속영장은 3번이나 연달아 기각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또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관용차로 청사에 들인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으로 출범 직후부터 '정권수호처'라는 오명을 얻었고, 최근엔 100여명 이상의 언론인과 정치인 등을 상대로 마구잡이 통신자료를 조회를 벌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언론사찰' 논란마저 가중되고 있다.
당연히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긍정평가는 18.1%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7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공수처가 수사를 중립적으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냐'고 묻는 질문에는 21.5%만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부정평가는 72.4%에 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지난 1년 동안 공수처가 요란스럽게 입건을 많이 한 것에 비해 성과가 전혀 없고 오히려 과잉수사, 수사절차 위반, 언론사찰 문제만 부각됐다"며 "과연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가 맞는지, 오히려 과거 검찰의 부정적인 모습만 답습하며 더 큰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차기 정권이 공수처의 제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공수처의 권력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마련하고 인적쇄신을 단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공수처가 작금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마구잡이로 사건을 입건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한두 건 정도로 사건을 선택하고 수사에 집중해 존립 의미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그렇게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고 비전있는 기관으로 거듭나면 유능하고 검증된 수사 인력도 자연스럽게 채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검사도 수사를 몇 년은 해봐야 경험치가 쌓이는 데 애초에 경험이 없는 일반 변호사 위주로 공수처 검사를 채용하다 보니 무능함이 드러난 것 같다"며 "공정성과 능력이 검증된 수사 인력을 뽑아야 하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국민이 공수처의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도록 국민참여재판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공수처 내 정치적 중립 및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이 같은 개혁조치 없이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적쇄신 차원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용퇴가 거론되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출범 1년을 맞은 공수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1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빼고는 수사 성과가 없다. 총체적 무능을 보였다"며 "이에 대한 1차적 책임이 있는 공수처장 또는 차장이 책임지고 물러나고 공수처 전반에 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동안 공수처가 구속·기소한 사건이 없던 이유가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던 것인지, 혹은 수사 역량 부족때문인지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공수처의 수사 역량이 부족했다는 검토 결과가 나오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활동했던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 설립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공수처의 편향 수사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드러났다. 공수처를 해체하거나 해체하는 수준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공수처장, 차장을 포함해 현재 문제가 되는 인력들이 물러나고 성과로 증명된 능력있는 인사로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