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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서 600만 원어치 훔치며 CCTV 보고 춤춘 초등생들…부모 "200만 원만 갚겠다"


입력 2022.01.05 09:03 수정 2022.01.05 08:53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무인 문구점을 운영하는 시민이 초등학생들의 절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무인 문구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라가 미성년자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취지의 청원을 올렸다.


A씨는 "코로나로 인해 가뜩이나 살기가 힘든데 법이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가 이처럼 호소한 것은 최근 운영하는 무인 문구점이 초등학생들의 절도 행각으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몇 명의 여자 학생들이 무인 문구점을 돌며 다른 손님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건을 쓸어 담아 나갔던 것이다.


CCTV를 통해 확인한 학생들의 절도 행각은 말 그대로 '싹쓸이'에 가까웠다고 한다.


A씨는 "(학생들의 범행이) 정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대담했다"면서 "지난 CCTV 영상도 다 살펴보자 이 학생들이 30회 이상에 걸쳐 600만 원가량의 물건을 훔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구점 앞 초등학교에서 기다리다가 CCTV에 찍힌 학생을 발견했다.


학생의 동의를 구한 A씨는 문구점 사무실에서 범행을 저지른 게 맞는지 물어봤다고 한다.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던 학생은 CCTV를 본 후 결국 자신이 한 일이 맞다고 인정했다.


학생의 진술을 녹취한 그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부모에게 연락을 해 배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를 만난 학생 부모들은 "상의한 결과 요구한 금액을 줄 수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 물건을 훔쳐 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학생 부모들이 제시한 금액은 피해액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A씨는 호소했다.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었던 A씨는 고민 끝에 결국 절반의 보상에 합의했다. 그런데 학생 부모들은 입금을 며칠 미루더니 "(피해액의) 30%로 깎아주지 않으면 (돈을) 못 준다"고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인 제가 사정을 해야 하는 상황인 거냐"라며 "절도범 부모가 오히려 제게 선심 쓰듯 흥정을 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결국 이 사건을 경찰에 접수했다. 도난보험 보상신청을 위해서는 경찰에서 발급한 피해사실확인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의 대답은 황당했다. 경찰들은 상황 설명을 듣더니 "(절도를 저지른) 학생들이 만 10세가 안 돼서 범법 소년이라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실효성이 없으니 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피해 사실을 확인해줘야 보험이라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항의했으나 경찰은 "민사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미성년자라 형사처벌이 안 되는 건 안다"면서도 "그래도 사건 조사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있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한두 개는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냐"고 분노했다.


A씨는 "CCTV를 여러 번 돌려봤다"면서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춤을 추며 미소까지 짓고 있는 그 아이들이 이젠 무섭다. 저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거 같다"고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5,700여 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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