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편견 깨고, 세대 통합…젊은 층에게 다가가는 ‘시니어 예능’


입력 2022.01.20 08:33 수정 2022.01.20 09:2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부자 간 격차 줄이는 ‘갓파더’

MZ세대와 노배우들의 직접 소통 ‘진격의 할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에 이어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까지. 시니어 배우들의 글로벌 활약이 이어졌다. 윤여정이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에 이어 올해는 오영수가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솔직하면서도 깊이가 담긴 말솜씨로 젊은 층의 호응을 끌어내며 노배우의 한계를 깼다.


이는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생 2모작을 넘어 3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소비생활과 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1946~1964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도하는 젊은 노인층을 올드가 아닌, 영 올드를 줄여 ‘욜드’(YOL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노년층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편견은 이미 뒤집히고 있다는 것이다.


ⓒKBS ⓒKBS

이러한 흐름 속 방송가에서도 시니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 배우 김용건이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를 통해 가상 연애를 선보인 바 있으며, 그 이전에도 시니어 배우들의 해외 여행기를 포착한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인기를 얻는 등 시니어 예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프로그램들이 출연자들의 ‘나도 할 수 있다’에 초점을 맞춰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소통’에 방점을 찍고 젊은 층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지난 8일 종영한 골프 예능 ‘그랜파’에서는 인생 경력 80년, 연기 경력 60년, 골프 구력 40년을 자랑하는 배우 이순재와 박근형, 백일섭, 임하룡이 초보 캐디 도경완과 함께 상대 팀과 골프 대결을 펼쳤다. 이들의 능숙한 골프 실력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도경완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성장을 돕고, 매회 달라지는 다양한 게스트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흥미가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매력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와 아들로 관계를 맺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도 있다. 앞서 KBS2 ‘갓파더’에서는 이순재-허재, 주현-문세윤, 김갑수-장민호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버지와 아들로 인연을 맺었고, 이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격차를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갑수가 아들 장민호의 콘서트에 방문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장민호는 “편이 생긴 것 같다. 내 편이 앉아서 나에게 온전히 모든 걸 맡기고 힘을 주고 계시는구나”라고 화답하며 훈훈함을 조성했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아버지는 아들의 속내를 짐작하고, 이해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MZ세대와의 소통을 메인 콘셉트로 삼기도 한다. 오는 25일부터 방송되는 채널S 예능프로그램 ‘진격의 할매’에선 인생경험 도합 238살, 배우 김영옥과 나문희, 박정수가 MZ세대부터 3, 40대 후배들과 고민을 나눈다. 그들의 내공이 묻어난 조언과 연륜이 느껴지는 입담이 젊은 층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방송 전부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부터 유튜브, OTT 등 TV를 대체할 플랫폼들이 늘어나면서 TV 앞에서 본방 사수를 하는 젊은 층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 장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금처럼 양 세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 이순재는 ‘갓파더’ 제작발표회에서 “사실 세대 차이가 있으니 부자 관계를 이루기 쉽지 않다. 아버지는 통제하는 역할을 많이 하지 않나”라고 털어놓으면서도 “그런 세대 격차와 아버지, 아들 간 거리감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좁혀 가야겠다”고 말했었다. 예능이 보여주는 노년층에 대한 의외의 이면들이 점차 그들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