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승부처는 단일화 아닌 토론회"
이재명, 정치·행정 경험과 언변 자신감
역대 사례 보면 영향력 예상 어려워
민주·국힘, 토론회 준비 본격 착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설 연휴에 맞춰 양자 TV토론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토론 날짜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였던 양측은 주제와 방식을 놓고도 치열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번 토론회가 현재 정체기에 빠진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최대 기회로 보고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강훈식 전략기획위원장은 현재 판세에 대해 “여론조사 결과를 전부 취합해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1% 안쪽의 박빙 구도로 조정되고 있다”며 “투표 당일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 승부가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는 (야권) 단일화가 아니라 TV토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TV토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언변이 뛰어나고 윤 후보와 비교해 정치·행정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이유다. 앞서 윤 후보가 TV토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은 다자토론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윤 후보를 토론장에 불러내기 위한 전략을 다각도로 전개해왔다.
전날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TV토론 일정을 놓고 양측 간 이견이 나오자 “(윤 후보 측이) 원하는 대로 하시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선거 때까지 미루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토론 전략에 대해서는 “국민께서 묻고 싶은 것을 대신 여쭙고, 또 답할 건 답해서 누가 진짜 유능한 리더이고 후보인지 분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상대방을 헐뜯기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제가 상대보다는 좀 더 나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국민을 기대하게 만드는 게 전략”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역대 대선 사례를 되돌아보면, TV토론의 영향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토론회 때의 실언으로 지지율에 직접 타격을 받는 사례가 있었지만, 토론회 분위기를 주도하고도 그 상대방 지지율이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향해 “제가 갑철수 입니까” “제가 MB아바타입니까”라고 물었던 것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민의당도 대선평가보고서에서 TV토론 전략 실패를 대선 패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반대로 2012년 대선 당시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강하게 몰아세웠지만 영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이 후보의 자세나 발언 태도 등이 논란을 키우면서 박 후보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유시민 작가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토론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데, 정 후보가 그날 굉장히 잘했다. (끝나고) 정 후보 참모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손을 흔들면서 나갔다. 노 후보는 토론을 평소보다 못했다. 정 후보가 잘했다고 판단했는데 결국은 마이너스가 됐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토론을 할 때 후보 상황이 어떠한지, 이슈가 무엇인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무엇이 잘한 토론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토론회는 내용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자세, 행동, 표정, 목소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라며 “결과를 예단하거나 과도한 자신은 금물이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줄다리기 끝에 TV토론 날짜를 ‘31일 오후 7~10시’ 개최 1안, ‘30일 오후 7~10시’ 2안으로 방송사에 요청하기로 19일 전격 합의 했다. 당초 민주당은 27일, 국민의힘은 31일을 각각 주장하며 이견을 보였지만 이날 조정안에 합의하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토론회 준비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