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콘텐츠에 투자하세요②] “덕질하면서 돈까지 번다”…영화·드라마에 몰리는 젊은 투자자


입력 2022.01.25 13:50 수정 2022.01.26 09:2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펀더풀, 지난해 누적 펀딩 167억원...증권형 펀딩 사업자 중 1위

뮤직카우, 3년만에 누적 거래액 10억원서 3000억원으로

"콘텐츠 투자 플랫폼 급성장? 이제 시작에 불과"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역주행하면서 뮤직카우에서 2020년 2만원 중반에 거래되던 해당 곡이 1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직장인 A씨(29세) 역시 이 같은 기사를 접하고 뮤직카우 앱을 다운로드했다고 밝혔다. “처음 시작은 10만원 정도 소액만 투자하자는 마음이었다. 총 6개의 곡을 보유하고 있는데, 1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40~70%대의 상승을 기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상승률이 적은 1개의 곡은 ‘굿즈’ 개념으로 구입한 곡이었다. 그는 “사실 이 한 곡은 오랜 팬이었던 아이돌 그룹의 곡이 있어서 굿즈 개념으로 투자하게 됐다. 큰 수익을 바라고 투자한 곡은 아니었기 때문에 손실이 나지 않은 것으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직카우

콘텐츠 투자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콘텐츠에 대한 왕성한 참여로 제작 과정에 관여하고 홍보와 판매, 마케팅까지 거들며 전체 디지털 제작, 유통시스템 전환을 아우른다. 자기 지분, 즉 작품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셈인데, 이들은 비평과 댓글 참여 등에 적극적이다.


투자 플랫폼 사업자는 이런 개인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지털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결국 콘텐츠 투자에 우호적인 개인 투자자들과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슬기로운 투자 에이전트 플랫폼이 만나 전문가의 영역을 벗어난 콘텐츠 투자가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2018년 1만여 명에 불과하던 뮤직카우 회원 수는 지난해 말 9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거래액도 같은 기간 1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뛰었다. 실적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4.5배 늘어난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지난해 중순 1000억원대로 평가받았던 이 회사 가치는 8000억원으로 치솟으며 단숨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


거래 방법도 어렵지 않다. 시장은 크게 처음 저작권이 올라오는 경매 창구인 ‘옥션’과 저작권을 회원들끼리 사고팔 수 있는 ‘마켓’으로 나뉜다. 옥션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곡이 나오면 입찰금의 100%를 대기금으로 걸고 가격, 수량을 입력한 후 낙찰 받을 수 있다. 경매 형식으로 경쟁이 치열할 경우 상위 가격부터 선착순으로 낙찰을 받는다. 이렇게 낙찰된 저작권은 마켓에서 다양한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다. 주식, 코인 투자와 마찬가지로 매수·매도 호가 입력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 관련 지수인 MCPI(Music Copyright Property Index)도 선보이고 있다. 2019년 100으로 출발한 MCPI는 최근 240 안팎을 등락 중이다.


ⓒ펀더풀

펀더풀 역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2021년 누적 온라인 증권형 펀딩 총 청약 금액은 167억이다. 이중 K-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을 통해 모집된 청약 금액은 약 53억 원으로 전체 증권형 펀딩 사업자 중 1위를 차지했다.


펀더풀은 지난해 3월 31일 K-콘텐츠 온라인 공모를 시작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총 19건의 콘텐츠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이중 종편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재난 블록버스터 ‘싱크홀’, 1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전시 ‘요시고 사진전’, 초연 이후 10년간 꾸준히 사랑 받는 뮤지컬 ‘잭더리퍼’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펀더풀은 1개 프로젝트에 최소 50만원부터 최대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투자한 콘텐츠 투자 상품이 제시된 손익분기점 이상 매출 실적을 달성하면 수익이 나타나지만 손익분기점 아래일 경우엔 손해가 발생한다. 또한 각 프로젝트마다 모집할 최종 목표액이 있는데 투자 종료시점에 목표액 대비 80% 이상 달성하면 성공, 그렇지 못하면 실패로 투자금은 전액 환불 처리된다.


기본적으로 펀더풀 투자 상품은 개별 콘텐츠의 매출에 따라 수익이 정산된다. 영화의 경우 극장매출과 극장외매출, 전시는 전시 티켓 매출과 티켓외매출 등이다. 드라마는 보통 시청률로 수익을 결정한다. 한 예로,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2’의 경우 모집 시작 2주 만에 4억9560만원을 모집했고, 최종화인 16회에 시청률 16.6%를 기록하며 8%의 투자 정산을 완료했다.


급격한 성장에 따른 우려도 있지만, 업계에선 개인의 콘텐츠 투자 시장의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다. 지금의 성장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현재까지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 역시 새로운 투자 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라는 분석이다. 즉 개개인의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 그 수준에 걸맞은 투자 상품의 등장이 맞물려 일궈낸 결과라는 말이다.


펀더풀 관계자는 “개인이 자본시장 내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선택하여 투자하는 시장은 향후에도 계속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한국 콘텐츠 투자시장은 이미 약 20년 전부터 벤처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일정 수준의 투명성을 갖추었으며, 더 많은 투자자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시장”이라며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도 기존 제조업 중심의 자금조달 트랙이 아니라 제작자금을 모집하는 단계에서 마케팅 효과를 누리면서 조달할 수 있는 시장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한국의 문화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이제 첫걸음을 내딛었다. 전 세계 다양한 투자자들이 성장하는 한국 문화산업에 투자 하는 콘텐츠 프로젝트 투자마켓을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나라가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