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서경수·이충주·박강현 등 확진
불가피한 공연 당일 취소에도 관객 불만도 커져
일일 확진자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공연계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피해가지 못했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잇단 확진에 공연이 중단되거나, 캐스팅 변경이 속출하면서 공연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국내 발생 2만7283명, 해외유입 160명으로 총 2만7443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가 사흘 째 2만명을 넘으면서 역대 최다 기록을 이어가고 있고, 지난 주 같은 요일 확진자 1만6093명과 비교해서는 1만 명 넘게 증가한 수치다.
대중문화예술계에서도 급격히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약 2주전부터 가요계에 집중됐던 확진 사례는 이제 연예계 전체로, 또 공연계에까지 번지면서 심상치 않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베카’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 2일 출연진의 확진으로 한 차례 공연을 취소한 데 이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달 6일까지 공연을 중단했다. 제작사는 “안전한 공연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체 출연 배우와 스태프의 건강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에서 ‘댄버 부인’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옥주현과 ‘나(I)’ 역의 박지연 등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썸씽로튼’ 제작사인 엠씨어터도 배우 이충주의 확진 판정으로 6일까지의 공연을 취소했다. 이충주의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그는 지난달 3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이다. 앞서 ‘썸씽로튼’은 또 다른 출연 배우 서경수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지난달 28일과 29일에도 공연을 중단했고, 선제적 조치로 지난달 30일부터 2월4일까지 공연을 취소했으나 확진자 추가 발생에 따라 6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했다.
이외에도 ‘엑스칼리버’도 출연진의 코로나19 양성판정으로 민영기, 신영숙의 공연 캐스팅을 다른 배우로 변경했다. 두 사람은 현재 ‘레베카’에도 함께 출연 중이다. ‘펜레터’ 도 백형훈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이후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자가격리 중 재검사에서 최종 양성이 나왔고, 윤소호는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6일 공연의 캐스팅을 변경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이정화와 김현진도 코로나19 감염 대상자와 동선이 겹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캐스팅이 변경됐다.
‘하데스타운’은 박강현의 확진 판정으로 5일 낮 공연까지 취소한 상태다. 5일 밤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되며, 6일부터 12일까지 박강연과 박혜나의 캐스팅을 변경했다. ‘더데빌’ 역시 확진자 발생으로 6일까지 공연을 중단했다. 제작사 알앤디웍스는 “역학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으나 선제적 차원으로 2월1일부터 6일까지 공연이 일시 중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연극 ‘라스트 세션’은 지난달 29일 배우 이상윤의 확진 판정으로 사흘간 공연을 중단한 뒤 이달 1일부터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고, 확진자 발생으로 두 차례 개막을 취소한 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도 지난달 28일부터 정상적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공연계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방역패스 관을 운영하거나 가변석을 두는 것은 물론 예매 일정과 캐스팅 변경 등으로 탄력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이조차도 버겁다. 확진자나 밀접접촉자 발생에 따른 당일 공연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제작사의 공연 취소를 더 큰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응원하지만, 동시에 공연 취소에 따른 대응 방식엔 아쉬움과 불만을 내비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한 제작사 관계자는 “불가피한 공연 취소를 이해해주는 관객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비수도권에서 공연을 위해 올라오는 관객들 중 일부의 경우 교통비와 숙박비, 시간을 이미 투자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상책을 요구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공연이 취소되면서 SNS에는 “서울에 올라가던 중간에 기차에서 내렸다” “연차 내고 서울에 호텔까지 잡아놨는데 이 비용은 어떻게 되는 건지 화가 난다” “환불하고 선예매 권한만 주는 것은 ‘보상’이 아니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하지만 관객마다 처지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제작사에서 일일이 대응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한 공연 홍보사 관계자는 “모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응은 힘들지만 당일 취소의 경우는 기존 티켓값에 추가 금액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제작사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 당장엔 이 모든 것이 제작사의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실을 감수한 만큼 관객들의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