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 움직임에 상승 압력을 넣는 주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꼽았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하고,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이같은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2.0%보다 1.1%p 높아진 수준이다.
한은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20만명에 육박하며 소비 등 경기 위축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세 차례 연속 인상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 연속 3%대를 지속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칫 물가를 잡으려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어진 일문일답.
-시장에서는 올 연말 기준금리가 1.75~2.0%에 이를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적정하다고 보는지.
▲시장 예상과 금통위 예상은 큰 차이가 없다. 시장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기대가 금통위와 괴리가 많다면 소통해 나갈 것이다. 실제로 금통위가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어떤 속도로 조정해 나갈지는 금융정책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
-최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이 언급됐다. 한국이 기축통화국 대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기축통화국 대열 가능성은 사실상 이미 정치 이슈화가 돼 버렸다.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는 한국인 만큼 국가채무비율이 100%까지 치솟아도 괜찮다는 대선후보 주장에 동의하나.
▲아무리 경제적인 측면에 입각해 설명해도 의도치 않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 질문 또한 답변 드리기가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1%로 전망했는데 한편으론 경기 하락 압력도 있어 향후 금리 인상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세가 상당히 급속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떤 식으로 전개돼 우리에게 영향을 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급병목현상과 원자재가격오름세도 생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또 물가 측면은 공급 외에도 수요 측 요인이 커졌다. 경기와 물가흐름,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다 감안하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금통위 다수의 의견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추경편성 등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나.
▲물가 오름세가 3%대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추경 편성을 하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되면 물가를 자극시키지 않겠냐는 우려가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추경에 한에서 보면 내용이 전반적인 경기 진작에 있는 게 아니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경제학계에서는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초입단계에 서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는데.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경기침체 상황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최근에 물가오름세가 높지만 성장 흐름을 보면 수출호조, 소비의 기조적인 회복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전면전으로 될 경우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은.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정하지 않았다. (다만) 전면전까지 된다면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만 봐도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곧바로 원자재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고, 물가상승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서방에서 경제재제 수위를 높이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 있다.
-앞서 국고채 추가 단순매입을 적기에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적기가 언제라고 판단하고 있나.
▲채권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했다. 금년도 국고채 금리가 많이 뛰었는데 그 요인을 보면 미 통화정책 기조가 크게 바뀜에 따라 미국채 금리가 상승을 했고, 연초부터 추경 논의가 있어 이것이 같이 작용해 단기간에 급등한 측면이 있다. 국고채 단순매입에 대한 저번 회의 발언이 많은 이슈가 됐다. 국고채 매입 입장 일관되고 확고하다. 국고채 단순매입은 금리의 기초적 흐름을 바꾸려는 게 아니고, 외부의 충격에 의해 우리 대내 흐름이 급변동할 때 시장안정화 차원에서 실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시에 들어가겠다는 뜻이지 미리 기간을 밝히고 하는 게 아니다. 시장 안정화차원에서 적시에 해야된다고 하는 그야말로 원론적인, 당연한 입장을 나타낸 거다. 일부 동남아국가 중앙은행이 국채를 인수했는데 그 나라 채권시장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고 그래서 중앙은행이 매입했다고 본다. 우리나라 사정은 그들 나라에 비해 채권시장이 규모도 크고 발달돼 있다.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 중앙은행, 정부기구, 민간기관 등 외국인 투자가 탄탄하다.
-높아진 물가 전망을 고려하면 지난 1월 예상한 경로보다 올해 금리 인상 폭이 더 커져야 한다고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물가 전망을 큰 폭으로 조정했다. 11월에 전망하고 3개월 사이지만 물가 측면에서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때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물가 상승의 확산 정도가 저희 생각보다 상당히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그래서 공급 측 요인에 의해 물가가 올랐지만, 공급 측 요인이 아닌 상승 압력이 큰 폭으로 나타난 점을 반영했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했다. 늘 상하방리스크가 있다. 공급병목현상이 우리가 봤던 것보다 더 늦어진다거나 할 수 있다. 저희들로선 아무래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면전으로 가면 물가에는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통화정책 완화 정도가 확대되는 거다. 그래서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물가 전망도 고려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이 시장이 예상하는 2차례 정도라면 연말께 한·미 금리가 역전될 수 있는데, 여전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나.
▲미국이 7~8번 올리고, 한국이 2~3번 올린다는 전제가 한국은행 통화정책하고 Fed를 가정해서 질문을 하니 답변드리기 마땅치 않다.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과거에도 한미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다. 그때도 우리의 경제상황 등을 통합적으로 보고 판단한 것이다. 전제에 기반한 질문은 답변드리기 곤란하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1.25%가 긴축은 아니라고 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 우크라이나 사태, 연준 긴축 행보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가 인상이 얼마나 더 필요하다고 보는지.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 다수의 의견이다. 제가 긴축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며 근거로 중립금리 수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들 예를 들어 준칙금리를 들었다. 이런 걸 봤을 때 긴축이 아니라는 것이 저희들의 확실한 입장이다. 추가인상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다 봐야 한다. 물가성장,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 오미크론이 어떻게 될지를 다 봐야 한다. 꾸준히 가야될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번에 금리를 저희들이 인상하며 앞으로 금리인상 파급효과를 점검하겠다고 말씀드렸다. 3번을 올렸기 때문에 금리인상효과를 어느정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저희들이 그에 따라서 금리인상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있다.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것은 일시적이 아니라 기조 하에서는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올해 물가전망이 3%를 넘고 내년도 2%로 전망된다. 최신 외식 물가공개정책 등이 물가안정에 효과가 있나. 또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정책 외에 통화량에 대한 정책도 언급했다. 이에 대한 계획은.
▲항상 금융상황을 판단할 때 통화량 추이를 늘 본다. 늘 금리정책 결정할 때 통화량을 유용한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내년 물가전망은 2%로 미묘하게 상향 조정되는 것 같은데 이를 감안하면 완화기조의 축소 기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일단락 되는 건가.
▲지금의 상황은, 잠재수준 성장세를 회복한다고 보면 물가가 중요한 이슈다. 물가가 한 2%가면 금리를 조정을 멈추냐, 물가만 보고 금리정책을 운용하는 게 아니다.
-8년간 금통위 의장을 지내오면서 스스로 보람있고 잘했다고 생각했던 통화정책과 아쉽다고 생각했던 통화정책은 각각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 예상하지 못했다. 제가 알기론 다음달에 소회를 밝힐 기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리 정책이라고 하는 게 항공모함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조를 튼다는 자체가 대단히 힘들다. 방향을 틀 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한번 틀었다가 곧바로 (반대로) 틀기 어렵다. 이처럼 통화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걸 단기적인 시야해서 하는 게 아니라 1년 후 를 보고 하는 게 통화정책이다. 그런 어려움이 있다. 금리라고 하는 건 경제 모든 부문, 모든 경제 주체에게 무차별적 영향을 준다. 그렇다 보니 기대효과도 있지만 거기에 따라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부정적 파급효과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향을 튼다든가 하는 결정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저뿐만 아니라 금통위원, 집행부 직원들 모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땐 그야말로 항상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번 통화정책 결정에는 제약과 거기에 따른 기대효과, 부작용이 다 수반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다. 잘하는 게 뭐고 아쉬운 게 뭐냐는 것은, 사실상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서야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후임 총재 인선과 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한은 내부 예상으로는 언제쯤 차기 총재가 정해질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후임 총재 임명은 전적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제가 언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정말 적절치 않다. 4월 1일에 취임해야 하니 통상 3월 초에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에 비춰보면 총재 공백 기간이 없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백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통화정책은 그야말로 합의제 의결기관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의장 역할이 크고 의장이 없을 때 지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합의제 의결기관인 금통위가 자율적으로 중립적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공백이 생겼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멈추거나 실기하거나 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