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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들 "직원 한 명 희생시켜 해결? 서울교통공사 사장 사퇴하라"


입력 2022.03.18 22:54 수정 2022.03.18 22:55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도 장애인 이동권 책임지고 보장해 달라"

전장연 대표 "한성대역 지하철 틈새에 휠체어 바퀴 끼어 떨어졌을 때, '지하철 지연시킨다' 보도자료"

"이번 문건과 보도자료 아귀 맞고 분량·내용 세밀한데…직원 1명이 이런 문건 작성했다?"

공사 측 "문건 작성 직원 업무 배제…징계 논의는 이뤄진 바 없어"

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8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연합뉴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장애인단체의 약점을 찾아 여론전을 펼치라는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공사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며 강력히 규탄하고 공사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전장연은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서울교통공사를 규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혜화역에서 출근길 시위를 진행한 뒤 답십리역을 거쳐 공사 앞에 모였다.


앞서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이 작성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문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 됐다. 서울교통공사 로고가 있는 문건은 장애인 단체를 공사가 맞서 싸워야 할 상대로 규정하고 "디테일한 약점은 계속 찾아야 한다“, "여론전 승부 필요하다”는 내용의 대응 전략을 담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공사는 사과문을 통해 "한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 자유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며 "직원 개인 의견에 불과할지라도 그 내용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장애인들의 정당한 투쟁에 대해 폭력을 양산하고 혐오를 양산한다"며 "공공기관이 갈라치기를 하고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정부가 약자들, 힘없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이동한 것을 무력화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문건을 만들고 언론 대응을 해왔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며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무력화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한 행태"라고 밝혔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직원 한 명을 희생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마시라. 그 또한 피해자다"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장애인 이동권을 책임지고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휠체어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은 후 "얼마 전에 한성대 역에서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바퀴가 끼는 바람에 이렇게 내팽개쳐진 적 있다"며 "간격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다쳐 이를 고쳐달라고 이야기하는데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고도 호소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18일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휠체어에서 내려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 공사 측 관계자와 면담을 마친 박 대표는 데일리안에 공사 측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 1월 혼자 출근하다 한성대 역 지하철 틈새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떨어졌을 때 공사가 일부러 지하철을 지연시킨다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다"며 "뒤늦게 문제 문건을 보니 보도자료 방향과 맞았다. 승객이 지하철 지연으로 임종을 못지켰다는 사례를 담은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건 취지와 보도자료들이 아귀가 맞고 분량과 내용도 세밀한데, 직원 1명이 이 같은 문건을 시간을 들여 성심성의껏 작성할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며 "설사 개인 의지라고 하더라도 공사 전체에 장애인 차별, 혐오 분위기가 조장돼있다면 사장이 책임을 져야지, 자유 의견으로 방치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월 공사의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시민들이 장애인 단체를 밀어내자'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공사는 당시에도 '공식 의견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공사 측은 문건을 작성한 직원은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해당 직원은 출근은 하고 있지만 언론팀 업무에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배제했다"며 "현재까지 징계 논의는 이뤄진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요구하시는 '1역사1동선' 100%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들이 수십년간 주장해온 기본권 보장 사항을 외면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차별이고 혐오"라며 "공사 문건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공사 측에서도 이들의 시위를 '불법 시위'라고 규정해서는 안 되고, 직원들 상대 실질적인 장애인식교육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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