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이후 최대 군사 도발
"김정은이 직접 지도"…대놓고 격동
모라토리엄 기간에도 핵능력 고도화
文, 4년 만에 "강력 규탄"…만시지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 발사를 통한 군사도발을 감행했다. 2017년 11월 북한의 화성 15형 발사 이래 가장 중대한 도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북한 핵문제가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상 깨졌으며, 집권 초기인 2017년 상황으로 되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군사적 행동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3월 초까지만 해도 "정찰위성 시험" 등 전략적 고려가 담겼으나 이번에는 그마저 없었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동지의 직접적 지도 밑에 3월 24일 화성포 17형 시험 발사가 단행됐다"고 보도했다.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려는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도 전했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 17형은 지난 2020년 11월 북한의 열병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직경 24m의 대형으로 대외과시용이 아니냐는 의심도 일부에서 있었다. 하지만 고도 6,200km, 거리 1,800km를 날아가며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시 사정거리가 최대 1만5000km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8년 김 위원장의 핵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에도 꾸준히 개발과 개량을 지속하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막아내지 못했다고 비판했으나, 문재인 정부 역시 실패한 것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오히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한민국 정권교체기 등 적극적 대응이 쉽지 않은 시점을 기다렸다가 강경 도발에 나섰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도 UN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반대하면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한국의 정권교체기에 경고 의미도 주고 사전에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적 포석도 깔려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부터 연이틀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고 같은 날 군이 현무-II 지대지미사일 1발, 에이태큼스 미사일 1발, 해성-II 함대지미사일 1발, 공대지 JDAM 2발 등이 대응사격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력 규탄' 입장을 낸 것은 2017년 화성 15형 ICBM 발사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문제는 오는 4월 15일 북한의 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더욱 강도 높은 군사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전까지 단거리미사일로 마이너리그 같은 성격이었다면 지금은 중거리·장거리 미사일로 (북한이) 점점 메이저리그급 게임을 펼치고 있다"며 "4월 15일 전후 전략적 판을 흔드는 북한식의 대공세는 충분히 예견된다"고 전망했다.
일부 여권 인사는 이를 두고 윤석열 당선인의 안보관과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를 결부시켜 비판의 소재로 이용하기도 했다.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인수위가 5월 10일 출범한 후에 국방부로 이사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 가지고 정신이 없을 때 또 청와대 벙커에도 안 들어가겠다고 그러는 상황"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것은 전부 지금 뒤집는다는 자세로 갈 모양인데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