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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최강국 청사진③] 靑 꼭두각시된 원자력안전위원회…새정부땐 분골쇄신 있어야


입력 2022.04.01 07:00 수정 2022.04.01 19:22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원전최강국 되려면 먼저 안전최강국 돼야"

"美 NRC, 원자력 안전 국민 신뢰 확보 성공 사례"

"원안위 권한 강화하되 국회가 예산·인력 감시해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재가동을 승인한 한빛 5호기. ⓒ산업통상자원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한민국의 '원전최강국' 도약을 선언했다. 판도라 영화 한 편을 보고 작심했다고 회자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원자력계는 최악은 면했다고 숨을 돌리면서도 글로벌 원전 시장을 따라잡기 위한 보폭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가 주춤하는 동안 전세계에는 탄소중립 아젠다가 휩쓸었고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원자력의 역할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한 재조명과 과감한 투자가 선행됐다. 게다가 원자력은 에너지 차원을 넘어 안보적 측면에서도 세계무대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을 주요국들은 깊이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 정세 가운데 데일리안은 차기 정부에 어떠한 시야가 필요하며 원자력 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다루는 <원전최강국 청사진> 코너를 마련해봤다.

"원전 안전신뢰도 확보 못하면 제2 탈원전 온다"

대한민국이 원전최강국이 되기 위해선 먼저 원전 안전최강국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원전의 기계적인 기술 발전보다 어려운 것이 국민에게 안전 신뢰를 받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차기정부가 예산을 쏟아 원자력 혁신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제2의 탈(脫)원전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원자력 안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단순히 기술의 차원이 아니다. 기술과 사회, 인력의 문제가 혼재돼있는 영역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자력분야 최고 거버넌스(governance)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안위가 전문성·독립성·신뢰성을 잃어버리면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원자력계는 판단하고 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제151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안위의 가장 큰 문제는 '독립성' 훼손이다. 황일순 유니스트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는 "원안위가 신뢰를 주려면 우선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의 원안위는 청와대의 시녀처럼 활동해왔다"며 "탈핵 정부하에서는 원자력 안전에 갖은 제동을 걸어왔으나 반대로 친원전 정부가 들어온다면 원전 안전에 문제될 것도 안 짚고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안위가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문성도 발휘를 못한다. 과거 한 차례 원안위원의 전문성 논란이 일면서 원전 전문가들이 투입된 사례가 있었지만 특정한 권력이 자기 편으로 포섭해 물들었다는 이야기가 업계 나돌았다. 이러한 이유로 원안위의 절차적 정당성 자체에 상당한 흠결이 있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안위는 항공기 충돌 대비 부족 등의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안 주더니 작년에 국무총리의 말 한마디에 가동 허가를 내줬다"며 "원자력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상위권력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이어 "원안위가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설령 자질 있는 자가 요직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안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어버리면서 탈원전 기조의 정부하에서 원전의 기술적 결함을 고발하는 정도의 포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원자력계 인사는 "원안위 스스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서 자유롭다고 반박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 사업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수차례 제동을 걸어왔다"며 "원안위의 독립성 훼손은 원전의 안전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투명성 중심 규제로 원자력 안전 국민 신뢰 확립한 美 NRC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 신뢰를 확립한 좋은 사례가 된다. 원자력계에 따르면 NRC는 위험요인 및 사고 정보를 축적하는 접근방식(RIPBA, Risk-Informed Performance-Based Approach)을 통해 모든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투명하게 갖췄다. 이를 통해 지난 30년간 원전 사고 리스크를 10배 이상 저감했고 그 결과 국민 신뢰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주한규 교수는 "미국 NRC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규제위원들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해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며 "반면 우리나라 원안위원은 그런 절차가 없이 주로 정권에서 추천을 받아 선임된다. 자질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분별하기 위한 검증 과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오른쪽)이 2019년 8월 2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본부에서 애니 카푸토 NRC 위원으로부터 설계인증서를 받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특히 NRC는 RIPBA 접근방식을 통해 위험요인과 사고 정보를 방대한 분량으로 축적해놓은 것이 안전 강화의 첫걸음이었다. 국민 신뢰를 확립한 미국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해 4월 원전 2기를 20년 추가 수명연장 조치까지 할 수 있었다. NRC가 확보한 원전 안전 신뢰도를 원안위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원자력계에 따르면, 전세계 500개 원전이 평균 30년간 연 1만5000개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다. 원자로 1개가 1년동안 운전을 하면서 생기는 사건은 굉장히 많은데, 원자력은 국제적으로 협약이 돼있어서 이 모든 경험들이 투명하게 공개돼있다. 어마어마하게 축적된 이 빅데이터에는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원전 사고의 경우의 수가 포함돼있다. 원안위는 이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하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원안위 권한 강화하되 국회가 예산·인력 감시해야"

국민 안전 신뢰도를 확보하려면 원안위의 규제 권한을 지금보다 강화하되 청와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국회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 원자력산업이 죽는다고 생각하는 건 근시안적 시야이며,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밖에 길이 없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원자력 이용 방안을 확립하는 방안은 원자력 안전성 강화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황일순 교수는 "원안위가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려면 위원장직을 대통령 직속 장관급으로, 모든 위원직을 상임위원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면서도 "청와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인사권과 예산권 심의는 국회에서 받게 하고, 위원장과 위원 임기를 미국, 캐나다, 유럽처럼 대통령 임기+1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안위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안위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위원회로 이관하겠다고 했다가 논란 끝에 현재 국무총리 산하로 이관됐고 원안위원장은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지위가 격하됐다. 차관급인 원안위원장이 벌칙 권한을 행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안위가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인 판단을 내리려면 원안위원장직을 대통령 직속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특히 2017년 '원전사업자 관리감독법'이 시행되면서 원안위의 규제 권한이 더욱 축소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산업부 장관은 원전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권, 과징금 부과, 벌칙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부는 "해당법은 원전사업자 제재에 관한 내용이라 원전 운영을 다루는 원안위의 업무와 중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원전사업자를 규제함으로서 원안위의 원전 규제 업무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상임위원으로 격상시키는 건 원안위 내부 만성화된 관료화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원안위 내부의 한 관계자는 "원안위 회의 내용을 위원들에게 하루 전에 알려주거나 심지어 그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비상임위원들은 대부분 거수기라고 보면 된다. 위원들은 기술적 내용도 모르고, 안건에 꿍꿍이가 숨겨져 있어도 하나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관료화를 탈피하기 위해 원자력 안전을 다루는 모든 기관의 의사 결정 과정에 '책임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원자력 안전은 기술력을 근거로 수립돼야 하는데 현재 원안위의 실상은 결정을 내리면서도 책임은 다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어떤 부서의 누가 입안해서 어떤 위원회를 거쳐서 결정됐는지 히스토리를 위변조 못하도록 보관했다가 원자력 안전 이슈 발생 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최강국 청사진④]편에서 계속됩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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