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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뭉찬’·‘골때녀’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시들해진 예능가 ‘스포츠’ 열풍


입력 2022.04.03 14:03 수정 2022.04.03 12:04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빽 투 더 그라운드’

1%대 벗어나기 힘든 스포츠 예능

레전드 선수들을 소환해 새로운 매력을 담아내는 ‘뭉쳐야 찬다’, ‘노는 언니’ 시리즈가 흥행하고, 여자 연예인들의 뜨거운 축구 도전기를 다룬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면서, 예능가에 ‘스포츠’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었다.


이후 각종 골프 예능을 비롯해 배드민턴, 탁구, 농구 등 종목을 달리한 스포츠 예능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스포츠 스타들을 활용하는 예능프로그램도 늘어났다. 김병현, 김태균, 이천수 등 다수의 스포츠 스타들이 스포츠 프로가 아닌, 예능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하기도 하고, 레전드들이 다시금 선수로 돌아가 경기하는 내용을 담아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이 기존 프로그램과 다른 의미 있는 재미를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면서 스포츠 열풍의 유효기간을 축소시키고 있다.


ⓒJTBC, MBN

지난 2019년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스포츠 예능의 새 가능성을 열었다. 물론 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예능은 그간 꾸준히 만들어지던 스테디셀러 같은 장르였지만, 해당 종목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만 아우르거나 팀원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흥미가 금방 식어 길게 흥행하는 것이 어려운 장르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스포츠 1인자들이 축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뭉쳐야 찬다’는 방송 초반 어설픈 레전드들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다가도, 성장 과정의 뭉클함과 경기의 짜릿함까지 만들어내며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고, 방송 내내 높은 시청률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후 ‘뭉쳐야 쏜다’, ‘뭉쳐야 찬다2’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며 지금까지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후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프로그램 E채널 ‘노는 언니’에 이어, 여자 연예인들의 축구 도전기를 통해 색다른 감동을 만들어낸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들 역시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현재 시즌2가 방송되고 있다.


현재 JTBC ‘언니들이 뛴다-마녀체력 농구부’(이하 ‘마체농’)를 비롯해 tvN ‘올탁구나’, MBN ‘국대는 국대다’, ‘빽 투 더 그라운드’ 등 다수의 스포츠 예능들이 방송되고 있다. 다만 앞선 프로그램들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시청률 또한 1~2%대를 전전하며 실망감을 유발 중이다.


우선 ‘뭉쳐야 찬다’, ‘노는언니’,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체농’은 여성들로 출연자를 꾸리면서 제2의 ‘골 때리는 그녀들’을 노렸으나, ‘운동 꽝’ 여성들의 운동 도전기라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콘셉트를 그대로 표방하며 새로운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올탁구나’는 연예인들이 모여 특정 종목에 도전하는, 기존의 스포츠 예능 포맷을 그대로 차용한 것은 물론 강호동과 은지원이라는 이미 익숙한 조합을 또 한 번 내세우며 ‘식상하다’는 평을 유발했다. 포맷의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는 출연자들의 능력만으로 흥미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마저도 이미 뻔하게 전개가 되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지 못한 것이다.


MBN은 레전드를 조금 비틀어 활용하는 방법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미 활동 중인 기성 스포테이너들의 식상함이 프로그램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선 ‘국대는 국대다’는 국대 출신들과 현역 선수들의 대결을 다루면서 ‘중년들의 재도전’이라는 다른 접근을 보여줬다. 첫 회에서는 탁구 선수 현정화가 나와 국가대표의 무게감에 대해 털어놓고, 다시금 선수 시절로 돌아가 기량을 되찾는 과정을 그려내며 뭉클함을 만들어냈었다면, 이후 다수의 예능에서 활약했던 이만기가 두 번째 출연자로 등장하며 초반 구축한 장점이 무뎌졌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기 힘든 식상한 출연자의 등장에, 시청자들의 관심도 멀어진 것.


그라운드를 누비며 야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레전드 스타들이 다시 야구 경기를 펼치는 ‘빽 투 더 그라운드’ 또한 유사한 숙제를 안고 있다. 니퍼트, 안경현 등 신선한 얼굴들도 대거 포함이 되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케 하기도 하지만, 양준혁, 홍성흔, 김태균, 윤석민 등 이미 예능으로 영역을 넓혀 활동 중인 스포테이너들 또한 대거 출연하면서 식상함 극ㅂ고이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기획으로 몰고 온 예능가 스포츠 열풍이, 너도 나도 숟가락을 얹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유효기간을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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