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공식 출마 선언
당 지도부 '전략 선거구' 방침 속 정면돌파
宋 "대선 후반전 뛴다는 각오, 반드시 승리"
UN 제5본부 서울 유치·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 공약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지난 13일 서울시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하며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낙연 차출론'이 점차 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면돌파' 의지를 거듭 피력한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또 이날 출마 선언 기자회견 장소를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3·9 대선 전날 마지막 유세를 펼쳤던 홍대로 택하고, 기자회견도 이 전 후보의 유세 스타일을 그대로 본뜬 방식으로 진행하며 '명심(明心)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현장에는 이 전 후보의 로고송으로 쓰인 유정석의 '질풍가도'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후보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음 둘 곳 없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염원을 받들어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재명 로고송 울려 퍼지고, 인파 뚫고 등장하고…'李 유세 스타일' 그대로
그는 연설을 위해 마련된 무대에 바로 오르지 않고 반대편 먼 곳에서 나타났다. 송 전 대표는 수백만 명이 모인 인파 사이를 뚫고 무대 앞에 도착한 뒤 바닥에 앉아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으며 인사를 나눴다. 특히 이른바 '개딸(2030 여성 지지자)'과 '개삼촌(4050 남성 지지자)'을 자처하는 이 전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기는 길'이라고 적힌 손 피켓과 파란색 풍선을 흔들며 송 전 대표에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무대에 오른 송 전 대표는 "대선 후반전을 뛴다는 각오, 대선에 보내주신 1,614만 명의 성원을 반드시 지방선거 승리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의 대장선이 가장 앞에서 싸워 13척만으로도 승리를 이끈 것처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시장과의 싸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가장 최전선에서 싸우며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일방독주에 견제 장치를 달고 진정한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제1호 공약으로 'UN 제5본부 서울 유치'를 내세웠다. 그는 "UN 제5본부를 유치해 서울을 글로벌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며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 △런던·뉴욕·파리와 경쟁하는 글로벌 중심도시로의 도약 △소비 지출 6조·생산유발효과 10조 경제효과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상승 등을 유치 효과로 꼽았다.
그는 "부동산 정책도 확실히 바꾸겠다"며 △내곡동 개발 등을 통한 반값 아파트 5만호 공급 △집값의 10%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누구나집' △주택임대차법 개정 △초고가주택을 제외한 1인 1주택 종합부동산세 폐지 △양도세 중과 2년 유예 등을 약속했다.
송 전 대표는 아울러 △정무부시장 시의회 추천제 도입 △서울시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 구성 △서울시 사회적 대타협 위원회 구성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宋, 이낙연 추대론에 "의아하지만 나오신다면 대환영…경선 통해 에너지 하나로"
그는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낙연 추대론'에 대해선 "(서울시장 출마를) 안 한다고 하는데 왜 이런 이야기나 나오는지 의아스럽다"면서도 "나오신다면 대환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와서 경선을 통해 에너지가 하나로 모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비토론' 극복을 위해 의원직을 조기 사퇴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냐는 질문엔 "후보가 결정될 때 사퇴서를 낼 것"이라며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의원직) 사퇴 시한이 5월 2일이다. 이달 안에 (당이)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현장엔 이용빈(광주 광산구갑)·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정 전 의원은 이날 찬조 연설에서 "서울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뭐가 두려워서 송영길을 제치려고 하느냐. 경선하자"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 '이기는 길, 송영길'은 손혜원 전 의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의원은 최근 "'윤호중 비대위'의 깎다 남은 나머지 뼈를 발라주자"며 당 지도부의 서울시 전략 선거구 지정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박주민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지방선거에 나선 청년 출마자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번 선거를 시대 교체, 세대 교체를 위한 장으로 만들고자 서울시장에 출마했다"며 "서태지 세대, 싸이월드 세대, BTS 세대가 이제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