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 대출·채무 감면 셈법 '분주'
역대급 실적에 속으로만 전전긍긍
은행권이 새 정부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2금융권 대출의 은행권 전환은 실질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실에 빠진 차주에 대한 채무 감면은 민간의 출혈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불어난 대출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으로서는 이런 코로나19 청구서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번주 중 소상공인에 대한 새로운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수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관련 방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현 정부에서 시작된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기한을 연장하고, 2금융권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을 은행권으로 대환하며, 채무를 감면해주기 위한 기금을 설립하는 내용 등이다.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시행은 어느 정도 예견돼 온 일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로 자영업자의 금융비용 부담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종합 지원을 약속한 만큼, 기존 금융지원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보다 관심은 새롭게 실시되는 연착륙 방안에 쏠리고 있다. 우선 화두는 은행권으로의 대환과 금리 이차보전 지원이다. 정책 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2금융권 대출을 은행으로 넘기고, 정부가 금리 차이를 보전해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이에 따른 은행의 실질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 2금융권에서 빌린 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조6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의 관련 대출 133조7000억원 가운데 2.7%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보다 시선이 쏠리는 사안은 채무 감면에 따른 충격파다. 당초 인수위에서는 부실 자산과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특수 금융 기관인 배드뱅크 설립 방안이 논의됐다. 반면 최근에는 이를 기금 설립 수준으로 축소하거나, 민간 금융사의 부실채권을 전문 투자사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렇게 처리해야 할 금융권의 잠재 부실채권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관련 재원의 상당수를 감당해야 할 은행권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에서 금융지원을 받은 차주 중 두 차례 이상 지원을 받은 이들의 비중은 20%에 달한다. 금융권 전체의 금융지원 적용 대출이 130조원대임을 감안하면 26조원 가량이 이 같은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금융권으로서는 정부의 금융지원 요구를 거절하기엔 명분이 부족한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격이 몸집을 불린 대출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한 돈을 쓸어 담고 있어서다. 5대 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조2362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분기 순익이 5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교체 때마다 채무 사면이 정례화하고 있는 현실을 두고 부작용 우려가 나오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과 금융권의 실적 호조 등을 감안할 때 은행이 새 정부의 요청에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