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언니처럼 친근함 주고파"
다시 무대로 돌아갈 날 고대
<편집자 주> 유튜브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MZ 세대의 새로운 워너비로 떠오른 직업이 크리에이터다.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까지 해내며 저마다의 개성 있는 영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틱톡커 젼언니는 일상적인 소재에 상상력을 더한 1분 숏 드라마를 콘텐츠로 활동 중이다. 짧은 영상 안에 공감과 코미디, 그리고 감동까지 담겨 있어 구독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틱톡을 시작하기 전, 유튜브에서 드라마 채널을 개설해 15분 드라마를 만들어오던 그는, 드라마를 1분가량으로 압축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반응이 빠르고 뜨거운 틱톡에 중독됐다.
젼언니의 원래 직업은 뮤지컬 배우다. 뮤지컬 배우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활동했지만 2018년 허리 디스크에 걸려 잠시 무대 아래로 내려와야 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공연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선택한 일이 크리에이터 활동이었다.
"무대 위에만 있다가 영상을 하려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유튜브는 망했어요.(웃음) 1년 동안 고생만 해서 기력이 없는 상태였는데 주변에서 틱톡을 해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틱톡에서 립싱크하는 하는 영상들이 인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뮤지컬을 립싱크해 보는 건 어떨까 하고 틱톡을 시작했어요.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하려 했던 코미디 영상을 짧게 만들어보기로 했죠."
젼언니는 배우 네 명, 촬영팀과 함께 팀을 꾸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일 1영상'을 목표로 아이디어부터 기획까지 바쁘게 내고 있다. 아이디어가 중요한 싸움인 만큼 모든 일상이 그에게는 영상 소재가 된다.
"일상에서 발견하거나 해외 영상에서 소재를 빌려올 때도 있고 팀원끼리 회의를 거쳐 나올 때도 있어요. 밥을 먹을 때나 샤워할 때나 아이디어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몰라 메모를 항상 하려고 해요. 해외 영상을 리메이크할 때는 우리나라 정서를 넣고요. 그렇게 소재가 정해지면 그다음은 상상력을 더해서 극대화하죠. 흔히 있을 법한 상황을 좀 더 과장되고 상상력을 더해 극대화를 시켜서 코미디 요소를 넣는 거죠."
젼언니가 영상을 연출할 때 가장 주안점으로 두는 건 선한 영향력이다. 그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이 영상에 부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에너지를 넣고 싶지 않다.
"모든 영상에 선함과 배려를 넣으려고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배려심이고요. 공포영화를 볼 때 코믹하거나 독특한 사람이 등장할 때 안도감이 들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지친 하루를 보냈어도 제 영상으로 웃음과 편안함을 전하고 싶거든요. 모든 영상에 웃음과 선함이 묻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만듭니다. 이전에도 이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과 말처럼 행동하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틱톡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좋아해 주시면서 이런 생각을 실천할 수 있게 됐죠. 틱톡이 저를 많이 변화시켜준 것 같아요."
하루에 영상 하나씩 올리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들어간다. 이에 젼언니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잠을 잘 시간이 없어요. 영상 만들고 대본 쓰고, 배우들과 촬영하고, 그걸 또 편집하면 하루가 다 가거든요. 그게 매일 반복돼요. 하지만 이렇게 바쁘게 일을 하고, 우리가 만든 영상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해요. 저는 무대를 잃었고 연기할 수 있는 찬스를 잃어버렸지만, 틱톡을 만나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확신을 얻었어요. 몸은 힘들어도 감사해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젼언니 채널에서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틱톡 영상 조회 수나 좋아요 수가 올라갈 때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웃음) 내가 이 정도의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벅차요.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 없더라고요."
젼언니는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란 꿈을 향해 달려왔다. 무대 위의 공백이 가끔은 두렵게 만든다. 신인 배우들은 치고 올라오고 기존 배우들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 자신이 다시 무대로 갈 수 있을까란 걱정도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래 연습과 무대 위의 감긱을 잃지 않기 위해 틈틈이 연습하며 다시 기회가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지금도 저는 뮤지컬이 너무 하고 싶어요. 다시 돌아갔을 때의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이유는 제가 무언가를 늘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틱톡을 통해 연기를 하고 있고 제자들에게 뮤지컬을 가르치고 있기도 해요. 저도 노래 연습을 하며 스스로 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요."
젼언니는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며 언제든지 다시 뮤지컬 배우 오지연으로 인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대단한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면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아요. 뮤지컬 배우로서 틱톡을 병행하면 공연 배우로서 파워가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후배 중에도 틱톡으로 인기를 끌면서 뮤지컬 배우로 시너지를 낸 사례가 있기도 하고요. 저도 더 열심히 해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