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어 혁신위 둘러싼 내홍 확전
정진석, '당협 쇼핑' 사례 정미경 거론
정미경 '억울'…이핵관들도 반박
수습 나선 권성동 "권력다툼? 억측"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혁신위원회를 들러싼 당내 갈등이 당협위원장 선정 문제로 불똥이 튀었다.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권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 받을 가능성이 커 국회 입성의 교두보로 여겨진다. 이번 충돌의 본질이 차기 총선 '공천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대목이다.
물밑에서 일었던 논란을 공론화한 것은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개혁과 혁신은 진실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는 "공천 혁신을 한다면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을 분당을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당협 쇼핑'의 사례로 특정인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확전을 피하지 않은 셈이다. 정 의원은 "분당을 같은 최고 승률의 지역은 정치 신인 기예들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거나 그 지역에 깊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정치적 위기 상황에 처할 때마다 적극 방어에 나서며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준석맘'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대표가 측근인 정 최고위원을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성남 분당을에 꽂아준 게 아니냐는 의심의 배경이다. 정 최고위원이 조직위원장을 선정할 수 있는 지도부 일원으로서 '셀프 인선'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본래 지역구인 수원에 자리가 없었고,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심사 및 표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당협 쇼핑' 혹은 '측근 챙겨주기'라는 해석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한 분당을은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지역으로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라고 보는 데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른바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인사들도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1호 혁신위원에 내정된 천하람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총선을 2년 앞둔 현재 시점이 특정인 유불리 같은 잡음 없이 공천 제도를 깔끔하게 정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며 "권력 투쟁처럼 비치는 면에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슈 주도를 잘하고 언론 집중을 잘 유지하는 게 이 대표의 능력"이라며 "선거 때는 이 대표의 이슈 주도권이 도움이 되니까 쭉쭉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너무 자기만 주목받는 게 아니냐' '자기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제도를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과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미리 어디 요직에 박아놓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 대표는 총선 2년 전에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제도가 정착이 됐을 때 나머지 후보자들도 거기에 맞춰갈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격화되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수습에 나섰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권 원내대표는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항상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자리"라며 "잘하면 잘하는 대로 칭찬, 생각이 다르면 비판을 받기 때문에 이를 권력 다툼으로 보는 것은 억측"이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의 분당을 당협위원장 선정에 관해서는 "조강특위에서 어떻게 결정했는지 아는 바 없다"며 "조강특위에서 공모한 뒤 최고위원회에 올라오기 때문에 부당한 선정이 있다면 지적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윤리위 징계와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