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1위 지키면서 홈런 부문 공동 3위..25개 내외 페이스
욕심 내지 않고 힘 빼는 타격으로 두 마리 토끼 다 잡아
“내년에는 홈런왕 도전할게요”
지난해 타격왕에 오른 뒤 농담처럼 던진 이정후(24·키움)의 말이다.
올 시즌도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후는 24일 현재 ‘2022 KBO리그’ 홈런 부문에서 박병호(20개)-김현수(13개)에 이어 공동 3위다. 홈런왕까지는 아니더라도 놀라운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이정후는 어느새 홈런 타자가 됐다. 지난 12일 KIA 원정에서는 3점홈런-만루홈런으로 이어지는 프로 첫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팀 내에서는 홈런 1위다. KT위즈로 떠난 박병호, 메이저리그 물을 먹고 온 야시엘 푸이그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장타율은 지난 시즌과 비슷하지만 홈런이 크게 늘었다. 시즌 일정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난해 홈런(7개)수를 넘겼다. 지금 추세라면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15개/2020시즌)을 넘어 25홈런 내외도 가능하다.
데뷔 시즌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평균 7.2홈런에 만족했던 이정후의 타구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힘이 붙었다. 펜스 앞에서 잡히거나 펜스를 때리고 나올 타구가 넘어가는 경우가 늘었다. 홈런이 늘어나면 욕심이 생겨 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정후의 타율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홈런에 무게를 두는 게 아니라 힘을 빼고 정확도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몸쪽 높게 들어오는 공부터 바깥쪽 낮게 들어오는 공 모두 공략 가능한 현재의 타격 폼을 수정하지 않고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이다. 이는 경험을 통해 쌓인 자신감 만큼이나 파워가 붙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이자 아버지인 이종범 코치(LG트윈스 퓨처스감독)의 ‘말씀’이 결정적이었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일부러 홈런을 노리지 말라고 하셨다. 힘이 붙으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조언하셨는데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꾸준한 근력 운동과 함께 이정후에게 대포까지 장착하게 한 천금 같은 조언이었다.
욕심내지 않고 지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정확도와 파워를 갖춘 완성형 타자가 된 이정후는 2위를 달리고 있는 팀 성적에 따라 첫 MVP도 노릴 수 있다. 홈런왕이 아닌 타자로서 MVP에 선정된 몇 안 되는 인물 중 아버지 이종범(1994·해태)이 있다.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는 이정후가 아버지의 화려했던 족적을 따라 걷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