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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청와대의 "월북" 브리핑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정계성의 여정]


입력 2022.06.30 07:00 수정 2022.06.30 06:51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문재인 전 대통령이 뒷짐을 지고 평화롭게 사저 인근 메밀밭을 바라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

'월북 몰이'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반격이 시작됐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의원은 "당시 월북은 전혀 쟁점이 아니었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월북임을 인정했으면서 이제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는 게 요지다.


절대 그렇지 않다. 정보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한된 정보 내에서 이견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해서 쟁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월북'이라는 프레임은 여론의 초점을 분산시켰고, 대북 강경노선 촉구 압력을 상당 부분 상쇄시켰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 감각이 누구보다 뛰어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는 윤 의원이 모를 리 없다.


시계를 2020년 9월 24일로 되돌려보자. 해수부 공무원의 피격과 시신 소각이 알려진 뒤 서주석 당시 NSC 사무처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간략하게 밝힌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첩보 입수부터 대응까지 시간 순서로 브리핑을 했는데 서두가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 화장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였다.


외국의 민간인을 해상에서 사살하고 시신까지 소각하는 일은 국제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천인공노할 일임은 분명하다. 납득할 만한 후속 조치가 없다면 선전포고까지 갈 수 있는 일이다. 남북이 특수관계임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첩보 이후 정부의 구호노력' '사살에 대한 정부 입장 수위' '북한에 대한 보복 조치 여부' 등으로 초점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월북' 브리핑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월북으로 판단한 근거' '월북한 이유' '유가족들의 입장' 등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여기에 비례해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론은 옅어졌다. 실제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월북이라면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정부가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지금도 확인이 가능하다. 거액의 도박빚을 지고 있었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해경의 중간수사발표는 이 같은 여론을 더욱 부채질하지 않았나.


민주당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TF'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월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물증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에 해경이 월북 판단을 번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애당초 월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면 '월북'이라고 발표해선 안 됐다는 게 보다 상식적이지 않을까.


나아가 TF는 "해경의 판단 번복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관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으로 해석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월북'이라는 해경의 판단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피해자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친문 핵심 황희 의원이 월북임을 인정하면 보상을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이날 밝혔다. 물론 황 의원 측은 부인하고 있다. 국방위 간사로써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회유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언론이 전하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고 했다. 언론을 믿지 말라는 함의를 담고 싶었음이 읽히는 대목이다.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월북 몰이가 사실일 것이라는 전제로 "민주화 세력은 정신적으로 타락했다"고 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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