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출마…"어대명 체념 바꿀 것"
강병원 출마, 강훈식 내달 3일 가세
홍영표·전해철·이인영은 길 내줘
세대교체 주장 모여 흐름 형성 성공
이재명 의원의 당권 레이스 독주 조짐에 맞서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출마 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30일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은 이날 당대표 출마 선언에서 "당심과 민심이 바라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 민주당이 되라는 것"이라며 "기존 민주당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해왔고 다르게 행동해온 사람이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폭풍전야다. 전당대회 결과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체념을 박용진이라는 가슴뛰는 기대감으로 바꾸겠다"고 단언했다.
앞서 전날엔 강병원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의원과 '당권주자 대 당권주자'로 악수를 나누며 전의를 불태웠다. 내달 3일에는 강훈식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이른바 '97그룹'이다. 강병원 의원은 70년생·89학번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서울 은평을의 재선 의원이다. 박용진 의원은 71년생·90학번으로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서울 강북을의 재선 의원이다. 강훈식 의원은 73년생·92학번으로 건국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충남 아산을의 재선 의원이다.
기존 친문(친문재인)·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중진의원들이 잇달아 8·2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며 길을 비켜주고 있는 것도 '이재명 의원 대 97그룹'이라는 전선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민평련 4선 중진이자 전당대회 단골멤버인 이인영 의원은 지난 28일 강병원·강훈식·박주민·박용진 의원을 초대해 조찬을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세대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이들의 전당대회 출마를 적극 응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병원 의원은 "이인영 의원이 우리 당이 분열되는 계파 싸움의 전당대회가 아니라 세대교체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97 여러분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빨리 여러분들이 출마 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주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박용진 의원도 "우리에게 그렇게 (당권에 도전하라고) 말을 하면서 이인영 의원 본인의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따로 말을 하지 않아,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겠다는 자리가 된 점에 감사를 드린다"며 "어떤 정당에서도 선배 그룹, 기성 세대가 집단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자리를 비켜주고 길을 열어주는 경우가 또 있었나 싶어,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vs 97 주자 각자 붙어선 승산無
일단 각개약진하다가 '바람' 형성한
주자 중심으로 단일화 가능성 높아
"역동성 위해 모든 가능성 다 열겠다"
다만 지금까지 출마 선언을 했거나 하기로 결정한 강병원·강훈식·박용진 의원에, 아직까지는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박주민 의원까지 이른바 '97그룹' 네 명이 이재명 의원과 각자 붙는 형식으로 나서서는 승산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97그룹' 의원들이 일단 각자 출마해서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이목을 끌어모은 뒤, 국민과 당원의 호응을 받는 당권주자를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하는 반(反)이재명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박용진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역동성이 있는 전당대회가 되지 못한다면 국민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희망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역동성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강병원 의원은 "97세대가 이렇게 경쟁을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단일화와 같은) 것들도 염두에 둔 행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일화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금은) 너무 빠른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7세대들이 출마선언을 했는데, 그러면 적어도 97세대들이 어떤 맛을 가진, 어떤 도수의 술인지는 (국민과 당원들이) 아셔야 그 다음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일단 '97그룹' 당권주자들이 각자의 매력과 혁신적 주장·아이디어를 가지고 각개약진을 하면서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뒤, 그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단일화가 극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일단 '97그룹' 의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름에 따라 '세대교체론'이라는 화두 자체를 8·28 전당대회의 불판에 올려놓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영삼 전 대통령 혼자 주장할 때에는 '흐름'이 되지 못하고 유진산 신민당 총재의 반격에 밀려 고전하던 '40대 기수론'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세로 불붙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응천 의원은 "(8·28 전당대회가) '이재명 대 97'이라는 구도로 보여질 수가 있게 됐다"며 "'내가 하겠다'고 나서더라도 단기필마일 경우에는 그냥 자기 혼자만의 목소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데, 어느 정도 세력이 되고 그게 모여져서 흐름이 됐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 때처럼 이준석 대표의 출마가 거대한 바람을 형성하면서 나경원·주호영 후보를 제치고 단숨에 당권의 세대교체를 이뤘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조 의원은 "흐름이라는 게 (지난해의 국민의힘) 그 때는 밀물이고 (올해의 민주당) 우리는 썰물"이라며 "썰물에서 노 저어가지고 밖으로 나간다는 게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