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최고위원 권역별 투표제·예비경선 중앙위100% 의결
안규백 전준위원장, '비대위 룰 뒤집기·사전 無교감' 반발 사퇴
친명계 "비대위 결정, 당내 극소수가 기득권 유지하겠단 선언"
8·28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부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 '룰 뒤집기'를 비판하며 5일 전격 사퇴한데 이어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당내 기득권 지키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대위는 전날(4일) 예비경선 선거인단의 30%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하기로 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결정을 현행대로 '중앙위원회 100%' 비중 유지로 바꿨다. 또 비대위 논의 과정에서 최고위원 선거의 '1인 2표' 가운데 1표는 투표자가 속한 권역의 후보에게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문 발표를 통해 "비대위가 의결한 내용 중 문제가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본선 진출 후보를 중앙위원급 위원들의 투표만으로 결정하는 것과 최고위원 투표 시 두 표 중 한 표는 반드시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토록 한 것"이라며 "400만 당원이 염원했던 혁신과 쇄신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당원들의 투표권을 제한함으로써 민주주의 원칙마저 훼손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들은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며 "이런 비대위의 결정은 오랜 기간 지적되어온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했다.
최고위원 선거 권역별 투표제에 대해서도 "최고위원 선출 시 1인 2표를 행사하게 되는데, 이중 1표를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면서 "당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자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영남권은 호남권에 비하여 의석수와 권리당원 수 모두 절대적으로 적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권역에 반드시 한 표를 행사하도록 강제한다면, 영남권이 오히려 역차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오히려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우리 당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정당으로 갇힐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비대위의 결정은 국회의원 등 당내 극소수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과도 같고, 허점과 의문투성이의 온갖 문제점으로 가득한 결정을 비대위가 독단적으로 밀실에서 처리한 것은 우리 당 역사의 오점이 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졸속 의결한 비대위의 결정을 거두고,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전당원 투표'를 요구한다"고 했다.
전준위원인 김병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전준위에선 다양한 안을 놓고 여러 가지 입장과 생각이 많이 논의됐고, 그런 고통의 산물로서 (어제 전준위 안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그런데) 한 시간 만에 (비대위에서) 전준위의 결과물이 거부되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민주당은 바꿀 게 많다고 본다"고 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실체는 모르지만, 당내 조직화된 기득권 세력이 당의 혁신과 변화를 막고 저항하기 위해 이런 비대위의 결정을 이끈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당내 균형과 타협을 중요시했던 안 위원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대위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대위가 민주당의 혁신과 쇄신의 싹을 잘라버렸다"며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도 처음 들어보는 기괴한 룰을 만들었다. 혁신 전대 룰이 아니라 퇴행적 '기득권 지키기' 전대 룰"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입장문에는 강민정, 권인숙, 김경만, 김남국, 김병욱, 김승원, 김용민, 김윤덕, 김정호, 문정복, 문진석, 박범계, 박성준, 박주민, 박찬대, 신정훈, 안민석, 양이원영, 유정주, 이수진(동작을), 이수진(비례), 이용빈, 이재정, 이탄희, 임종성, 장경태, 전용기, 정성호, 정청래, 정필모, 조정식, 주철현, 천준호, 최강욱, 최혜영, 한준호, 허종식, 홍정민, 황운하(이상 가나다 순), 정다은(경주시 지역위원장)등 40명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