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아·주종혁 출연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미묘하게 심기가 불편한 상황을 맞는다. 기분이 나쁘다고 화를 내버리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계속 참아주기엔 속이 끓는다. 단편영화 '좋은 말'은 주인공 미라(방민아 분)를 계속 이같은 상황에 몰아넣는다.
시골 공장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날 아침, 미라는 회사 동료 윤규(이윤규 분)가 똑같은 핑크색 재킷을 입은 걸 보고 살짝 당황한다. 미라의 당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짐을 함께 옮기자고 윤규를 부르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다. 이내 남자 후배가 부르자 바로 고개를 들고 대답한다. 미라는 기분이 살짝 이상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운전대를 잡는다.
이후 윤규의 얄미운 여우짓은 계속된다. 말을 시켜도 단답으로 대답하거나 조수석에서 잠을 청한다. 미라가 운전을 하든, 전화 통화를 하든 계속 울리는 메신지 알람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지도 않는다. 메뉴를 통일해달라는 식당 아주머니의 요청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다. 결국 돈까스에서 라면으로 메뉴를 변경하는 미라다.
미라에게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대했던 윤규가 공장 남자 직원과는 깔깔대며 대화한다. 슬슬 기분이 나쁘기 시작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길, 미라는 윤규가 체크한 수량이 맞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지만 윤규는 모른 척 할 뿐이다. 나쁜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남자 후배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잊기로 한다. 그런데 약속 자리엔 윤규가 앉아서 미라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한 마디 하고 싶어서 "담배 피우러 나가자"라고 제안하니 자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단다. 분명 아까 공장 직원과 담배 피우는 걸 분명히 봤는데 말이다.
기분이 언짢은 상태에서 차를 빼달란 전화를 받고 나갔는데, 항의하는 아주머니까지 막말을 해댄다. 화가 난 미라는 음주 상태에서 차를 빼주다 사고를 냈고, 정직 처분을 받는다. 집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사이비 신도들이 찾아와 좋은 말씀 전하러 왔단다. 결국 미라는 참고 참았던 욕을 내뱉어버린다.
영화는 보는 내내 미라 대신 윤규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차오른다. 끝까지 미라는 윤규에게 싫은 소리 한 번을 못한 채 '좋은 말'이 종료된다. 기분이 나쁠 때마다 지적하는 것보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좋은 말로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기에 감독이 의도한 바가 아닐까. 이와함께 '좋은 말도 좋은 사람에게나 통한다'는 사실도 다시 상기시킨다.
영화는 걸스데이 출신 방민아가 주연을 맡았다.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미라의 캐릭터를 짧은 시간 안에 차곡차곡 보여준다. 반가운 얼굴도 등장한다. ENA '이상한 변호사' 권민우 역으로 최근 사랑받고 있는 주종혁이 미라와 윤규의 호감을 받는 남자 후배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