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발언에 환율 1350원 돌파...연고점 거듭 경신
달러화 초강세...주요국 경기둔화, 무역수지 적자
원・달러 환율이 ‘파월 발(發) 쇼크’에 1350원을 뚫었다. 고삐 풀린 환율에 한국은행과 외환 당국은 물론 대통령실, 경제부총리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이례적인 ‘슈퍼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 의지에 국내 경제불확실성 요인까지 작용하며,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차 저항선 1350원이 무너진만큼, 1400원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1500원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 13년 4개월만에 1350원 돌파
3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7원 내린 1346.7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거래일 연속 1340원대를 상회했다. 지난 6월(23일 1310.8원) 12년 11개월만에 13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지난 29일 종가 기준 1350.4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50.8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발작에 가까운 환율 급등은 미 연준의 긴축 우려 속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2%)로 되돌릴 때까지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이 기업과 가계에 고통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도 “물가 안정에 실패하면 그 고통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짙어졌다.
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환율이 1차 저항선인 1350원을 돌파하자, 상단을 1365~1400원까지 열워둬야 한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럽 및 중국 등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확대되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난으로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큰 상태며, 중국은 부동산 경기를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현실화되며 위안화 약세가 원화 약세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에서는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심화가 원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54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면서 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1일 발표되는 8월 무역 수지도 적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 달러는 연준의 정책 기조와 미국과 유럽의 체력 차이를 반영해 강보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1차 저항선은 1350원 수준으로 판단하며, 이를 돌파시에는 1365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예측했다.
◆ 1400원까지 뛴다...美 긴축 고삐 ‘비상’
연말까지 환율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 당장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다음달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 경제 지표 결과에 따라 출렁일것으로 보인다.
우려할 대목은 현재로썬 강달러를 끌어내릴만한 이벤트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같은 이유로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고용시장은 예상보다 양호해 내년까지 긴축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지속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109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이 1350원을 뚫은 지난 29일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3% 오른 109.08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수출둔화가 환율 상승 압력을 더하고, 9월부터 미국이 양적긴축 규모를 2배로 높이면 본원 유동성이 축소돼 달러 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며 “환율 상단을 1400원으로 보고 있으나 상황이 악화되면 1500원도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 기조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끝내기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350원을 넘어섰고 1400원도 못넘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보수적으로 50원 단위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통상적으로 연휴를 앞두고 물량 소진으로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만큼, 2주 뒤 추석 연휴 즈음 네고 물량이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킹달러 시대②]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