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공연
이지혜 ·길병민 등 뉴캐스트에 호평 쏟아져
이번 시즌 기점으로 대대적 변화 예고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엘리자벳’은 여러 의미에서 대중의 시험대에 오른 작품이다. 다행히 새 얼굴들을 향한 우려는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개막 전 캐스팅 관련 의혹이 있었지만, 동시에 주인공 엘리자벳 역의 이지혜를 비롯해 이해준·길병민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면서 세대교체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시즌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흔히 역대 캐스트들을 다시 캐스팅해 10주년을 자축하는 작품들과 달리 ‘엘리자벳’은 주요 배우 18명 중 12명을 새 얼굴로 채웠다. 캐스팅에 옥주현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불씨가 되긴 했지만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의 이 같은 선택은 과거를 축하하는 것보다, 새롭게 펼쳐질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자리라는 느낌이 강하다.
작품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인물, 황후 ‘엘리자벳’의 드라마틱한 인생에 ‘죽음’(Der Tod)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시킨 매혹적인 스토리로 이미 전 세계를 열광시킨 스테디셀러다. 한국에서는 EMK뮤지컬컴퍼니가 논레플리카(재창작) 형식으로 제작해 2012년 초연했다. 초연 당시부터 뮤지컬 시상식에서 남녀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을 휩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혹자는 굳이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쓰면서까지 10주년에 실험적 캐스팅을 감행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지만, 10년의 시간 동안 쌓은 제작진의 노하우가 담긴 안정적인 무대는 새 얼굴의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더구나 ‘엘리자벳’은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연출, 무대, 안무, 의상, 조명, 영상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터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판이 된 셈이다.
새 얼굴들의 등장은 업계에서도 반길만한 일이다. 그간 업계에서는 새로운 얼굴을 캐스팅하는 것이 장기적인 공연계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그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주조연급 캐스팅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뮤지컬계를 이끌 차세대 스타들을 발굴해야하는 것은 필연적인 업계의 과제다.
EMK의 실험적 시도는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엘리자벳’ 역의 이지혜는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인정 받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비극적인 엘리자벳의 삶과 서사를 잘 그려냈다. 공연 이후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연출자인 로버트 요한슨도 “마음속으로 이지혜는 ‘엘리자벳’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엘리자벳은 가장 어려운 역할 중 하나다. 여러분들은 뮤지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연기를 목격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이스 바리톤 성악가로 이름을 알린 길병민은 당초 극중 ‘프란츠 요제프’의 나이와 맞지 않은 캐스팅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로 나이의 핸디캡을 이겨냈고, 이밖에 이해준·노민우 등 새로운 캐스트들에 대한 호평도 잇따랐다.
이에 따라 현재 작품은 매 티켓 오픈 이후 인터파크, 멜론티켓 등 주요 티켓 예매 사이트 예매율 1위 달성한 데 이어, KOPIS 공연예술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월간 티켓 예매율 1위를 석권했다. 공연 관극 이후 관객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관람 평점(14일 인터파크 기준) 9.4의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엘리자벳’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로버트 요한슨 연출의 각오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내다 본 ‘엘리자벳’이 이번 프로덕션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보여줄 무대에도 기대가 쏠린다. 공연은 11월 13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