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형준 직무 관련 대가로 받은 뇌물로 보기 어려워"
함께 기소된 '뇌물공여' 혐의 변호사도 무죄 선고
김형준 측 "무리한 기소…검찰개혁 주장하기 위한 소재로 쓰여"
공수처 "재판부 판단, 법리적으로 달리하는 부분 있어 항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첫 직접 기소 사례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공수처는 곧바로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김상일 부장판사)은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분 관계, 제공한 시기, 상황, 직위, 수수된 액수나 이익 형태 등을 비춰볼 때 피고인들이 검사 직무로서 대가란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제공받았다는 술값 등 또한 김형준의 직무와 관련해 대가로 제공받은 뇌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부장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모 변호사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선고를 들은 김 전 부장은 눈물을 보이며 사건 공시 여부를 묻는 재판부에게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법정에서 나온 김 전 부장 측 변호인은 검사 쪽 기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따라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법원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혔다고 생각한다"며 "무리한 기소였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에 대검 감찰팀에서 다 수사가 돼서 이미 징계까지 다 받았던 내용"이라며 "그런 부분을 검찰개혁을 주장하기 위한 소재로 쓰기 위해 공수처가 기소를 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도 "무리한 기소였다"며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고 저희가 하나씩 밝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항소 계획을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2016년 10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수사받을 때 처음 드러났으나 당시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모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만 기소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2019년 10월 경찰에 박 변호사와 관련한 고발장이 새로 제출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는 올해 3월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박 변호사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작년 1월 출범 후 첫 기소 사례다.
공수처는 결심 공판에서 김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0만 원, 193만5000원의 추징 명령을 구형했다. 박 변호사에겐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