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최문순 입찰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 수사…KH그룹 배상윤 회장과 인수과정 논의 의혹
KH그룹, 계열사 2곳 이용 알펜시아 5차 공개입찰 참여…'유찰 막으려는 의도' 의심
무자본 인수합병 방식으로 알펜시아 인수 가능성 제기
검찰, KH그룹 알펜시아 인수 과정서 계열사에 4500억원 손해 끼친 배임 혐의 적용
KH그룹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알펜시아 매각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지난 2021년 KH가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알펜시아를 인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4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최 전 지사가 재직 당시 알펜시아 매각 입찰 전 KH를 낙찰자로 사전 선정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입찰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다.
KH 실소유주 배상윤 회장에게는 지명수배가 내려졌는데, 배 회장은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알펜시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2009년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에 건설된 리조트다. 총사업비 1조 6325억원이 투입됐는데, 강원도개발공사가 운영하며 부채만 1조원이 넘어 2020년부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강원도와 강원도개공은 알펜시아 매각 대금으로 1조원을 책정했으나, 4번의 공개입찰·2차례 수의계약 과정에서 유찰이 거듭되며 매각 대금은 8000억원까지 추락했다.
강원도개공 측은 결국 2021년 6월 최소 매각 대금을 7000억원까지 낮춰 5차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이때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라는 2개 업체가 입찰보증금 350억 여원을 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강원도개공은 7115억원의 입찰금을 써낸 KH강원개발을 인수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평창리츠가 알펜시아 입찰 마감 하루 전 사명을 KH리츠에서 바꾼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불거졌다. KH강원개발과 평창리츠 모두 KH 계열사였던 것이다. KH가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을 막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입찰 방해를 저질렀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지사가 알펜시아 5차 공개입찰 직후 KH 소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배 회장 등을 만나 인수 과정을 논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전 지사는 "KH 임원과 도지사, 도청 관계자가 참가해 알펜시아 입찰 현황과 매각 계획을 소개하고, KH 입찰 참여와 현지 실사를 요청하는 공식적·공개적 회의였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KH가 알펜시아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에 약 4500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다. KH는 알펜시아 인수자금 7115억원 중 대부분을 외부 금융기관 차입과 담보대출 등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특히 7115억원 중 골프장 회원권·리조트 분양보증금 등 약 2600억원의 채무를 떠안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 실제로는 4500억 여원의 인수 자금만 냈다.
KH강원개발은 지난해 2월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원가량을 대출받은 것을 포함, 계열사인 KH필룩스 등에서 1000억원이 넘는 대여금을 받는 방식으로 4500억원의 인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KH의 다른 계열사는 KH강원개발에 대여금을 주기 전 대규모 전환사채(CB)를 잇달아 발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자기 자본 없이 알펜시아를 인수한 것으로, 무자본 M&A와 다를 것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KH관계자는 "금융기관 및 자본 유동화 등을 통해 인수 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