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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교복 입히고 학교처럼 운영한 학원…법원 "설립 인가 받지 않았다, 불법"


입력 2023.03.02 09:11 수정 2023.03.02 09:15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피고인, 미국식 학제 본떠 학원 운영…전 교과 과정 가르치고 학원서 끼니도 해결

"학위 수여하지 않았고 학력 인정 이뤄지지 않아…학교로 오인하게 한 사실 없다"

재판부 "학교 형태로 학원 운영했으나…설립 인가 받지 않아"

"해당 학원, 학교에 포함되는 '외국인 학교' 형태로 운영"

대한민국 법원 ⓒ연합뉴스

교육 당국의 허가 없이 학교 형태로 학원을 운영한 사업자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예영 김봉규 장윤선 부장판사)는 초·중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최근 1심과 같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 씨는 2013년 10월∼2018년 5월 서울 서초구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했다. 이 학원은 미국식 학제를 본떠 평일 오전 8시∼오후 5시 초·중·고등학교 연령대 원생들에게 영어, 수학, 역사, 과학, 국문학 등 전 교과 과정을 가르쳤다. 원생들은 대부분 미국 유학을 위해 이 학원에 등록하고 일반 학교엔 다니지 않았다.


원생들은 교복을 입고 중간·기말고사를 치렀으며, 교과 과정 외에 악기 연주나 합창 등 '특별 활동'에도 참여했다. 학원 내 식당에서 점심·저녁 식사를 하고, 학생회장단도 선출했다.


검찰은 A 씨가 사실상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교육감의 설립 인가를 받지 않았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A 씨는 "원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않았고 졸업생들에겐 학력 인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원을 학교로 오인하게 한 사실이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A 씨는 국내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에게 학교 편제를 갖춰 교육을 제공했다"며 "사실상 학교 형태로 학원을 운영해 학교설립인가제를 잠탈했다"고 판단했다.


A 씨는 "초·중등교육법상 학교는 '국내법'에 따른 학교를 뜻하는 만큼, 미국 학제를 채택한 학원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으나, 법원은 "해당 학원은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에 포함되는 '외국인학교' 형태로 운영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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